[기자수첩] 금융권 '신 4대천왕' 나오지 말아야
상태바
[기자수첩] 금융권 '신 4대천왕' 나오지 말아야
  • 강준호 기자
  • 승인 2013.04.17 1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강준호 기자]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까지 줄줄이 사퇴하면서 지난 정부의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리던 '김승유·강만수·이팔성·어윤대'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가장 먼저 일선에서 물러난 인물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다. 김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대학 61학번 동기로 이 전 대통령의 금융마이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논란이 일면서 회장직을 사임했고 지난해 12월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 문제가 불거지자 미소금융 중앙재단 이사장직까지 물러났다. 금융권에서 완전히 떠났다는 관측도 있지만 여전히 김정태 현 회장을 막후조정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두 번째 인물은 이명박 정부의 최고 실세였던 강만수 전 KDB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다. 강 회장은 지난달 27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내정된 뒤 며칠 후에 임기와 관계없이 사임하겠다는 뜻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말한 뒤 다음날 사퇴했다.

다음으로 4대 천왕의 자리를 물러난 인물은 사퇴압박을 받아온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으로 지난 14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 회장은 우리금융 민영화를 자신의 손으로 이루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고 한다.

강 회장과 이 회장은 모두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전문성을 고려해 금융 공기업 수장의 임기가 남았더라도 필요하다면 교체를 건의하겠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금융당국의 압박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오는 7월말로 예정된 임기를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인 것은 변함이 없다.

임기가 고작 3개월여밖에 남지 않은데다 지난해 강력하게 추진했던 ING생명 인수가 좌초되면서 사실상 힘을 잃은 상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들이 물러나거나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로 전락하면서 차기 '4대천왕'에 오를 박근혜정부의 인물은 누가될지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새 정부 들어 '신 4대천왕'의 자리를 처음으로 차지한 인물은 박근혜 대통령과 서강대 71학번 동기 동창인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이다.

홍 회장은 국정철학 불일치와 비전문성 등의 비판을 뚫고 산은지주에 입성했지만, 은행 실무 경험이 떨이진다는 비판과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은 여전하다.

여기에 홍 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강 회장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만약 홍 회장이  이런 전망과 달리 박 대통령의 후광을 입은 '신 4대 천왕'의 1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이를 스스로 입증해 보여야 한다.

또 '4대천왕' 가운데 남은 자리는 낙하산 인사나 '모피아'가 아니라 금융전문성을 갖춘 진정한 금융인으로 채워져야 한다.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뀌지 않고 '신 4대천왕'이 탄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