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호들이 강북 부촌에 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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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호들이 강북 부촌에 사는 이유는?
  • 최은서 기자
  • 승인 2020.05.2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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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부촌에는 단독주택이 대부분
공동주택 수요 많지만 공급은 적어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국내 부동산 시장은 강남이 좌지우지 하고 있지만 부자들은 대체로 강북의 전통적인 부촌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 중반 이래 강남이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여전히 최상위 부촌 지도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평가다.

26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조사한 상장사 주식부호 중 1조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기업인은 총 17명이다. 이 중 12인은 평창동, 구기동, 한남동, 이태원동, 장충동 등의 강북 전통 부촌에 자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 일가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반면 김범수 카카오 의사회 의장, 방준혁 넷마블 의사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해진 네이버 의사회 의장은 강남에 자리를 잡았고,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인천 연수구에 자택을 보유하고 있다.

정·재계 거물급 인사가 이웃해 지내는 구기동, 평창동, 한남동, 성북동 등 전통 부촌은 과거 한성부 입지에 자리잡고 있다. 한성부는 1393년 당시 풍수∙도참설로 합격 판정을 받아 조선의 도읍지가 된 명당이다. 이 배경이 풍수지리상 명당을 찾는 경향이 강한 고위공직자, 재계 인사들에게 매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와 주상복합 위주로 조성된 강남의 정주환경이 사생활 보호와 폐쇄적 커뮤니티를 선호하는 부호들에게는 매력이 낮다. 강남에 공급되는 대규모 아파트들은 초고가의 펜트하우스를 준비하지만 중·소형 아파트가 대량으로 섞여있어 사생활 보호가 어렵고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실제 강북의 초고가 단지로 통하는 ‘한남더힐’은 규모가 600가구이지만 총 32개 동으로 넓게 펼쳐져 있으며 높이도 최고 12층에 그친다. 저층 최소평형(전용 206㎡)의 임대보증금이 33억2000만원에 달하는 ‘나인원한남’(341가구) 역시 대단지와는 거리가 먼 규모다. 

강남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로 15년째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를 차지한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차는 아파트가 아닌 연립주택으로 분류되며 3개동 18가구 규모로 조성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촌의 입지 환경은 일반적인 입지와 다르다”며 “돈을 아끼기 위해 대단지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필요도 없으니 상류층만의 폐쇄적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게 가구수가 적은 편이 선호된다”고 설명했다.

전통 부촌은 대기수요는 풍부한 반면 공동주택의 공급량은 매우 적다. 지가가 비싸 부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내 교체 수요도 만만찮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평창동의 아파트는 총 810가구로 이 중 791가구가 10년을 넘은 노후 단지로 노후주택 비율이 97.6%에 달한다. 

올해에는 서울 전통부촌에도 공급 소식이 있다. 먼저 쌍용건설은 서울시 종로구 구기동 146-1 외 1필지에 ‘쌍용 더 플래티넘 종로 구기동’을 공급할 예정이다. 지하 1층~지상 3층, 4개 동, 전용면적은 82~84㎡ 총 52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대우건설이 서울시 중구 인현동에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를 이달 선보인다. 단지는 지하 9층~지상 26층, 1개 동 총 614가구의 아파트와 도시형생활주택으로 구성되며 이번엔 도시형생활주택 293가구를 분양한다. 

한남동에선 한남3구역이 공급에 나설 예정이다. 한남3구역은 전 가구가 전용 59~84㎡ 중소형 평형으로 재개발 될 계획이다. 지난해 건설사들 간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6월 초로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연기돼 시공사 선정 이후 본격 분양에 나설 전망이다. 

롯데건설이 성북구 길음역세권에 ‘길음역 롯데캐슬 트윈골드’(395가구)가 분양할 예정이며 현대엔지니어링도 서울 중구 입정동에 '힐스테이트 세운'(998가구) 분양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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