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내수 회복이 출발점” 결전 의지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미국의 전방위적 공세로 ‘코너’에 몰린 중국이 14억 인구의 거대 내수시장 회복에 집중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리더로서 입지를 다지려 했지만, 오히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중국 책임론’이 힘을 받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발발 초기부터 코로나19 발원지를 중국으로 지목해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꽤 오랜 기간 중국 정부의 거센 비판에도 ‘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로 부르는 것을 고집했다.
코로나19 책임론을 두고 미·중의 공방이 거센 가운데 유럽도 미국 쪽에 가세한 모습이다. 유럽연합은 최근 정기총회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조직한 국제적인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공정하고 독립적이며 깊이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줄곧 WHO가 중국 편에 서서 코로나19 대응을 해왔다고 주장해온 미국의 주장에 유럽이 사실상 동조한 것이다.
코로나19 책임론 확대로 국제적 입지가 줄어든 중국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일로다. 미국이 외교와 경제를 넘나들며 거침없는 공세를 이어가면서다. 미국은 중국 대표 통신기업 화웨이의 반도체 공급에 제한을 둬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발목잡고 있다. 여기에 미국 상무부는 33곳의 중국 기업을 추가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중 대다수가 중국의 기술 기업으로 중국의 기술 굴기가 제약을 받게 됐다.
유럽에서도 중국을 배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보리즈 존슨 영국 총리가 자국의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에서 화웨이 참여 배제를 지시했다. 화웨이는 세계 1위 5G 통신 업체다. 그동안 정보 유출이 적은 비핵심 부문에서는 화웨이 참여의 길을 열어놨던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후 입장을 바꾼 것이다.
현재 중국은 미국 공세에 굴복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 국가보안법 선포를 강행한 것이다. 홍콩 내 반중(反中)인사를 처벌할 수 있는 이 법안은 미국이 격렬히 반대해왔다.
미국과 맞서면서 국제적 고립 위기 가능성이 커진 중국은 자국의 14억 규모의 거대한 내수시장 회복을 통해 이를 돌파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3일 양회 행사에 참석해 “‘수중에 식량이 있으면 마음이 놀랄 일이 없다’는 말은 시대를 불문하고 변하지 않는 진리”라며 “중국의 내수를 만족시키는 걸 발전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국가의 보호주의와 일방주의로 불안정하고 불확실성이 높아진 외부환경을 내수 진작으로 돌파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양회에서 기업체와 자영업자들을 위한 세금·수수료 감면 정책으로 2조5000억위안(약 433조3000억원) 지원 등 내수 진작 정책을 쏟아냈다. 이러한 중국의 내수 부양책 총 규모는 70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불확실성이 높다는 이유로 올해 사상 처음으로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중국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은 해는 올해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