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금리인하 논란…"경기진작" vs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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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금리인하 논란…"경기진작" vs "부작용"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5.2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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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경제지표에 바닥 뚫은 성장률..."당장 금리 인하해야"
"이미 최저수준 더 내려도 돈 안풀려" 일각 정책 실효성에 의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3월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임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3월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임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촉발된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가 금리 인하에 대한 찬반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오는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과 수정 경제전망을 앞두고 전문가들의 예측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경기가 악화될대로 악화된만큼 금리부터 당장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더 내려도 효과가 작다며 한은이 '금리 카드'를 아낄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인하 릴레이

금리 인하와 관련된 실효성 논란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게 됐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전 세계의 문제가 됐고, 각국 중앙은행들의 역할도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 중장기 국채를 발행했다. 동시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설립 324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기준금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금융 선진국’ 영국이 유로존·일본·스위스·덴마크에 이어 채권과 기준금리가 모두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마이너스 뉴노멀’ 시대에 진입하겠다는 신호탄을 울린 것이다.

미국에서도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을 배제했지만 시장에서는 상황이 악화할 경우 이를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가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를 내고 있다는 의견과 부작용이 더 크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중앙은행의 대표적인 통화정책 수단인 기준금리를 '제로(0)'선 아래로 낮추는 것으로, 예금을 맡기면 오히려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고 대출을 내어줄 땐 돈을 지불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이론적으로는 돈을 은행에 넣어두기보다는 사용하는 것이 더욱 유리해지는 것이다. 현재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실시하는 나라는 유럽중앙은행(ECB), 일본, 스위스, 덴마크 등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진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아직 이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14년 ECB가 이 정책을 가장 먼저 도입, 일본도 뒤따라 시행했지만 경제가 크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물가도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데다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는 등 자금이 시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다.

◆'경기부양'이 먼저 vs '카드' 아껴야

시선을 국내로 돌려와도 이같은 논란은 연장선상이다. 한은 역시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고, 이 흐름대로라면 우리나라도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머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변곡점이 이번주 열리는 금통위에서 드러날 거로 보인다. 현재 0.75%의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경우 마이너스 금리를 향해 한 발 더 내딛게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팽팽히 맞선다. 우선 내수에 이어 수출마저 주저 앉으면서 경제성장률도 바닥을 뚫고 지하로 떨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플러스 성장의 전제로 여겨졌던 하반기 경제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은이 마이너스 수준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도 한은이 금리 인하를 비롯해 파격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막대한 재정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선 정부와 ‘이인삼각’ 정책 공조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한은 금통위원에서 물러난 조동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3차 추경도 기정사실화됐고 재정정책은 지금까지 어느정도 할 만큼 했다”며 “통화당국의 역할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한은은 지난 3월 16일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0.75%까지 0.5%포인트 낮췄다. 그 결과 현재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현행 연 0.75%인 기준금리가 한차례 더 내려 0.5%가 될 경우 실효하한 논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효하한은 비(非)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가 금리를 0%로 내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기준금리 하한선이다. 실효하한 밑으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경기부양 등 긍적적인 효과보다 외국인 자금이탈, 환율 불안, 부동산 버블 등 부작용이 훨씬 많아진다는 게 금리 인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금리를 낮춰 자금조달 비용을 내려도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돈은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 역시 "이미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인하해도 효과가 작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금통위에서 또다른 관심사는 조윤제·주상영·서영경 등 3명의 신임 금통위원이 어떤 목소리를 낼 지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신임 금통위원들이 현재 국내 경제 여건과 금융시장 안정 등을 감안할 때 금리 인하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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