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테라 병’ 특허 다툼, 항소심 2차전 돌입
상태바
끝나지 않은 ‘테라 병’ 특허 다툼, 항소심 2차전 돌입
  • 나기호 기자
  • 승인 2020.05.25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허무효 결정 반발… 핵심 쟁점 ‘특허무효·권리범위 확인’ 대응
특허발명자 정경일 씨가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트진로의 ‘테라’ 맥주 병 특허소송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중기중앙회 제공
특허발명자 정경일 씨가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트진로의 ‘테라’ 맥주 병 특허소송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중기중앙회 제공

[매일일보 나기호 기자] 하이트진로의 ‘테라’ 맥주 병 특허소송이 2차전으로 돌입한다.

중소기업 권리회복을 위한 공익 재단법인 경청은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11월 특허심판원의 테라 병 특허무효 결정에 반발한 특허발명자인 정경일 씨를 도와 법률지원을 통한 항소심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벌어진 하이트진로와 발명가 정 씨의 특허소송 1차 결과는 하이트진로의 승소로 종결됐다. 같은 해 11월 특허심판원은 하이트진로의 ‘테라’ 병이 특허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정 씨의 특허도 무효라고 심결한 바 있다.

특허법원을 통해 진행되는 이번 2차 항소심에는 하이트진로가 승소한 1차 무효소송 때와는 사뭇 다르게 진행될 양상이다. 당시 정 씨는 대리인 선임 비용이 없어 답변서조차 제출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공익 재단법인 경청의 무료 법률 지원과 특허청의 공익 변리사 지원으로 법률 대리인 선임이 완료됐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의 법률지원단 자문까지 동시에 이뤄진다.

항소심 최대 쟁점은 1심에서 하이트진로 주장이 받아들여진 특허무효와 권리범위 확인 2가지 사항이다. 먼저, 특허무효에 대해 정 씨는 “1심에서 진보성, 즉 이전 기술들만으로도 손쉽게 테라 병 발명 기술이 이뤄질 수 있다는 하이트진로 측 주장에 대해 테라 병의 특허권은 기존과는 확실히 다른 기술”이라며 “1심의 결정과 달리 테라 병 특허 기술은 이전 기술들의 단순 조합만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기존 하이트진로에서 시판 중인 맥주병과 특허권자의 특허 기술이 유사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에서도 하이트진로의 주장과는 달리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 씨는 “하이트진로는 테라 병 외부에 심미감을 위해 빗살형 돌기(회오리)를 만든 것이며 내부는 의도한 것이 아니고 공정상 불가피하게 생긴 것이라고 주장하나, 내부에 돌기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고 의도하지 않은 기술이라면 병 내부 디자인을 기능적인 요소를 충분히 배제하고 돌기가 없도록 만들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하이트진로 신제품 테라 출시 초기 마케팅 요소로 부각했던 회오리를 연상하는 토네이도 양음각이 휘몰아치는 청량감을 강조한 부분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항소심 청구 배경에 대해선 “1심 특허소송에서 아무런 준비가 없던 영세발명가 입장에서 대형 특허법인 소속 변호인단이 마치 자신을 특허괴물처럼 묘사한 언론 인터뷰를 보면서 국가 유공자 신분인 자신과 가족들은 큰 상처를 받았다”며 “1심 이후 특허청의 화해 중재 제시에 일말의 기대를 걸기도 했지만, 이조차 응하지 않는 대기업 횡포에 항소심 포기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중소기업을 위한 공익재단의 무료 법률 지원과 특허청의 지원에 힘을 얻어 항소심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장태관 경청 이사장은 “대형 로펌을 선임한 대기업과 기술탈취 분쟁이 있는 영세기업이 최소한 법률적으로 다툴 기회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이번 재심에 대한 법률 지원에 나서게 됐다”며 “중소기업이 상대적 대기업의 공격을 법률 지원을 받지 못해 제대로 한번 다퉈보지도 못하고 억울해하는 일들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경청 내 상주 변호사들과 외부 자문 로펌, 중기부의 법률지원단, 그리고 특허청의 공익 변리사들과 힘을 합쳐 대기업측 대형 로펌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3월 출시한 ‘테라’는 맥주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하이트진로의 핵심 주류 브랜드로 부상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테라’는 지난해 1600만 상자 판매라는 기록을 세웠고, 올해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매월 200만 상자 이상이 팔리며 매출 성장을 이끌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