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 '핵 억제력 강화' 재등장...김정은, 트럼프 압박 나섰다
상태바
2년만 '핵 억제력 강화' 재등장...김정은, 트럼프 압박 나섰다
  • 김정인 기자
  • 승인 2020.05.24 1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핵 카드 다시 꺼냈지만 도발 예고는 아닌 듯
북미협상 교착에 美대선판 흔들기 의도 관측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북한매체들이 24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긴 막대로 스크린의 한 점을 가리키며 위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북한매체들이 24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긴 막대로 스크린의 한 점을 가리키며 위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북한이 코로나19 장기화, 경제난 국면에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를 통해 내부 결속 다지기에 나선 분위기다. 동시에 지난해 2월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장기 교착 상태에 놓인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 핵 카드를 다시 꺼내들며 미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24일자 조선중앙통신의 중앙군사위 개최 보도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핵 억제력 강화' 대목이다. 이 표현은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북핵 협상에 돌입하기 전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던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 선언때 등장한 뒤 협상 국면에서 사라졌다가 지난해 12월 서해위성발사장 중대시험 보도에서 잠깐 언급된 바 있다. 중앙군사위라는 중대 행사에서 직접 거론됐다는 점에서 2017년 11월 이후 재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앙군사위에서 논의된 내용은 '국가무력건설과 발전의 총적요구에 따라 나라의 핵전쟁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고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의지를 다시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핵 도발 가능성보다는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연말까지 북미협상이 없다고 하는 상황에서 행동 예고보다는 대미 압박 메시지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북핵 문제를 뒤로 제쳐두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코로나19가 미국을 휩쓴 이후로 북한 문제는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대응 실패로 재선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미국 내 상황을 고려해 북한이 핵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는 관측이다. 미 대선 선거판을 흔들어보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중앙군사위에서 제시된 또 다른 메시지는 내부용이다. 코로나 사태로 느슨해진 군부를 다잡겠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앙군사위에서 북한 미사일 개발 분야의 핵심 인사인 리병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을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총참모장임 박정천은 군 차수로 승진시키는 등의 인사를 단행했다. 이를 두고 인맥이 아닌 철저히 성과 위주에 따른 승진 인사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또 중앙군사위에서 군부 고위인사들을 앉혀두고 기다란 지휘봉을 들고 직접 설명하는 모습을 보이며 군부에 대한 장악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