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고래 싸움, 기로에 선 한국 경제…해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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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고래 싸움, 기로에 선 한국 경제…해법은 없나?
  • 문수호 기자
  • 승인 2020.05.24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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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EPN 동맹체제 구축 제안…한국은 탈중국 사실상 불가능
지난 2016년 사드 보복 사례, 양자택일 시 사드 이상 불이익 가능성
정부,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책 필수…기업 피해 최소화 방안 찾아야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왼쪽)의 중국에 대한 코로나19 책임공방으로 제 2차 미·중 무역 분쟁, 더 나아가 패권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최근 코로나19 발원지를 놓고 책임공방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글로벌 패권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민주주의 국가 간 공급망 확대를 전제로 한 경제번영네트워크(EPN)를 구상하고 있어 중간에 낀 한국 경제의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값싼 노동력으로 바탕으로 생산기지로서 글로벌 공급망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중국의 입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지난 20일(현지시간) 크라크 미국 경제차관이 중국을 뺀 경제 동맹체 ‘경제번영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에 한국이 동참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미·중 두 국가 간 지지를 요구하는 강도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크라크 차관은 “반도체를 포함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해야 한다”며 “화웨이나 ZTE 등 신뢰할 수 없는 고위험 회사의 장비는 민감한 미 외교시설에 설치되지 못한다.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의 장비만 통과할 수 있다. 모든 동맹국이 동참하기를 요청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으로선 중립을 유지하며 양국으로부터 이익을 취하는 것이 가장 큰 이득이지만, 현재 미·중 간 갈등 국면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한국의 수출 비중에서 1/4을 차지하는 만큼 쉽게 버릴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전통적 동맹국인 미국의 요청을 무시하기도 힘들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미국 주요 수출품목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무선통신기기 등이 있다. 또 석유제품과 반도체 등도 주요 수출품목이다. 중국에 중간재로 판매하는 반도체 부품 등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주요 품목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반도체, 항공기 부품 등이 있다. 미국이 기술 우위를 갖고 있는 분야에서 실효적 통제에 나설 경우 반도체 등 한국 기업은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전세계 기업의 탈중국은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이에 대한 우려 역시 적지 않다. 미국의 애플과 테슬라 등 중국 내 투자 규모가 커 철수가 쉽지 않지만, 미국 정부의 대대적 지원과 수입 통제가 있을 경우 상황이 반전될 수도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자동차와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배터리 등 한국도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 많기 때문에 투자비용을 고려할 때 탈중국은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중국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산업계 내 목소리는 꾸준히 나온다. 과거 2016년 중국의 사드 보복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은행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0.4%포인트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했다. 17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롯데마트가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고, 현대차는 2016년 이후 중국 내 판매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일부 공장의 가동 중단을 결정하기도 했다.

사드 보복으로 관광, 유통, 화장품, 식품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면, 이번 미·중 무역분쟁은 반도체 등 제조업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의 대표 수출품목인 반도체 분야가 이번 미·중 분쟁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어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미국의 양자택일의 경우 어느 쪽이든 한국 경제와 산업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정부가 다양하면서도 유연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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