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중한 입법으로 개인·기업 자유 침해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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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중한 입법으로 개인·기업 자유 침해 말아야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0.05.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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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산업부 기자
김정우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이른바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통과했다. 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 유통방지 조치 의무 등을 담고 있다.

앞서 인터넷기업협회 등은 n번방 방지법 통과에 따라 디지털성범죄물 유통방지 의무가 강화될 경우 사업자가 이용자의 모든 게시물과 콘텐츠를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사업자 의무 강화에 따른 불이익을 감안한 것이겠지만 온라인 유통 콘텐츠에 대한 정부의 검열 권한이 강화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내포했다.

큰 틀에서 볼 때 정부의 권한 강화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최악의 경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메신저 등에서 개인의 발언과 행동까지 정부가 들여다 볼 수 있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큰 정부’ 역할이 개인을 억압하는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오래된 주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라 각국에서는 정부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개인의 동선 등을 추적·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이태원발 확산 상황 파악을 위해 통신사 기지국 정보를 활용하기도 했다. 이 역시 큰 정부의 형태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위 사안의 공통점은 심각한 문제에 따른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되고 관련 제도나 체제를 도입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개인 단위에서의 도덕적 상식을 감안하면 이 같은 과정에 반대하기도 쉽지 않다. 이는 국민 유권자를 대변하는 입법기관인 국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특정 사안에 대한 재발을 막기 위해 법안을 도입할 때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는 데 그치지 않는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강제성이 있는 제도 운영에 따라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한창인 이른바 ‘민식이법’에 대해서도 그 형량이 현실적이지 않다거나 무고한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n번방 방지법에 대해 방통위는 “사적검열의 우려가 없다”고 해명했다.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인터넷 사업자의 불법촬영물, 불법편집물, 아동‧청소년이용성착취물에 대한 유통방지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며 개인 간의 사적인 대화를 대상 정보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방통위는 “이용자의 사생활과 통신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설명한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원론적인 취지 기술 외에 어떻게 법안이 악용될 소지를 차단할 것인지에 대한 기술적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다. 작은 문제에 섣부르게 덤비는 어리석음을 일컫는 표현이지만 더 큰 피해를 고려하지 않는 행위를 지적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가는 국민 개개인이 떼어 준 권한이 모인 권력 주체로 볼 수 있다. 그 만큼 책임감 있는 신중한 입법과 집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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