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가속기, 부동산 호재 아니다”… 청주 아파트 투기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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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광가속기, 부동산 호재 아니다”… 청주 아파트 투기 주의보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5.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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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외지인 투기꾼 몰리며 단기 급등
2028년 가속기 건립 이후 30년간 유입 인력 3000명 남짓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사진=충북도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차세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의 청주 오창읍 유치가 이달 8일 확정되자 투기 수요가 몰려들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급등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앞으로 애꿎은 실수요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게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오창롯데캐슬더하이스트’ 전용면적 84.9604㎡는 지난 10일 3억500만원(31층)에 거래됐다. 지난달 27일 2억6000만원(3층)에 매매가 성사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 주 만에 4500만원 가량 가격이 뛰었다.

같은 단지의 전용 84.9749㎡도 지난달 27일 2억9800만원(12층)에서 이달 13일 3억2000만원(9층)으로 2200만원이 뛰었다. 이 단지의 전용 84㎡는 올해 초 2억 후반대를 기록했으나 방사광가속기 유치 기대감이 커지면서 3억원을 넘어섰다.

최근 한 달 사이 1억원이나 급등한 단지도 나왔다. ‘한신더휴센트럴파크’ 전용 84.9801㎡ 실거래가는 지난달 23일 2억9000만원(20층)이었으나 지난 16일 3억9000만원(21층)에 매매됐다. 다만 같은 기간 다른 평형대는 보합수준을 나타냈다. 

이런 흐름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방사광가속기 건립이 지역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은 분명하지만 집값을 단기간에 급등시킬 만한 호재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충북연구원의 ‘방사광가속기 경제 파급 효과’ 연구결과를 보면 방사광가속기가 운영에 들어가는 2028년 이후 연구인력 150~300명과 행정·운영 등 지원 업무 인원 100~150명이 상주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반도체 1660명, 정밀기기 1263명, 자동차 962명 등의 고용창출 효과도 예상했다. 해당 수치는 2058년까지를 기준으로 한다. 앞으로 40여 년간 오창읍에 직접 유입된 인구가 3000명 남짓이라는 의미다.

방사광가속기 활용에 따라 인구유입이 더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으나 주택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1994년과 2016년에 3,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각각 건립된 포항에선 유의미한 인구 변화나 부동산 가격 상승은 나타나지 않았다.

포항 방사광가속기연구소가 완공된 2016년 인근 효자그린1차 전용 84.55㎡는 1월 15일 3억3500만원(7층) 거래됐다. 그해 12월 27일에는 2억8400만원(5층)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그 이후에도 완만한 내림세를 보였다. 지난 16일에는 2억4200만원(4층)에 매매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청주에는 최근 몇 년 동안 특별한 호재가 없었는데도 투기성 자본이 지속해서 유입됐다”면서 “방사광가속기 유치라는 그럴싸한 명분이 생기면서 부동산 가격을 띄우고 있긴 하지만 상승세를 받쳐줄 실수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일각에서 ‘생산유발 효과와 고용창출 효과 등 40년간 누적될 수치를 마치 당장이라도 벌어질 일 인양 과대 포장하고 있다”면서 “특히 고용 관련 인원은 대부분 방사광가속기 건립 공사에 투입될 일용직 노동자다. 투기꾼들에게 휘둘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사광가속기는 태양보다 100경배 밝은 강력한 X선을 활용해 원자 크기의 물질 구조를 분석하는 최첨단 연구시설이다. 기존의 현미경으로 볼 수 없는 단백질 구조나 1000조분의 1초에 준하는 찰나의 세포 움직임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신약, 차세대 신소재, 초소형 기계부품 등 다양한 신물질 개발 분야에 활용돼 기초과학의 꽃으로 불린다. 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와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 등의 개발에 방사광가속기가 이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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