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못하는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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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영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못하는 속내는?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05.21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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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3개월째 셧다운…1분기 자본총계 -1042억원
제주항공도 1분기 적자 전환하며 경영 상황 악화…인수 부담↑
시장 우려에도 M&A 진행 중…규모의 경제로 코로나19 위기극복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제공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제공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 중인 제주항공의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스타항공의 재무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다 제주항공 역시 비상경영체제를 지속하고 있어 인수합병(M&A)에 따른 위험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 모든 노선의 운항을 다음달 25일까지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국제선과 국내선의 운항을 모두 중단하는 ‘셧다운’ 사태가 3개월째 이어지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의 재무 상황은 한층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불가능해진데다 이미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서다.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04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졌고, 부채비율은 210%다. 임직원의 2월 급여를 40%만 지급한 데 이어 3월부터는 아예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제주항공에 인수되기 전까지 이스타항공의 운항 재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초 국내 여객 조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이스타포트와의 계약을 해지했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포기하면 결국 폐업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제주항공 역시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사태로 비상경영체제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657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도 1014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 인수로 제주항공의 차입금 증가 및 재무구조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여전히 이스타항공에 대한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는 상태다. 해외 기업결합심사 지연으로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 예정일을 미루긴 했지만, 시장에서 우려하는 인수 불발 등의 이슈는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양사가 인수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태국과 베트남에서의 기업결합심사가 마무리되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지원을 받아 남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고집하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국내 최초의 항공사 간 결합으로 여객점유율을 확대하고 LCC 사업모델의 운영효율을 극대화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비록 코로나19로 당장 양사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만큼 인수 후, 항공사업의 위기 극복과 미래 도약을 위한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 출신의 항공 전문가인 김이배 부사장을 제주항공 대표이사로 신규 영입하기도 했다. 신임 대표는 다음달 1일 애경그룹의 지주회사인 AK홀딩스로 자리를 옮긴 이석주 대표이사와 공조 체제를 강화하며 이스타항공 인수와 이후 재무구조 개선 작업 등을 진두지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운송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제주항공은 1위 LCC 업체로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고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면 시장 점유율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인수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이스타항공 인수가 조속한 시일 내 이뤄질 수 있길 바라는 입장이다. 제주항공에 이스타항공 인수 자금으로 1700억원 규모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6주 만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업결합심사와 이스타항공 인력 구조조정, 정부 지원 대출 등의 문제가 남아 있어 M&A 완료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스타항공 인수를 완료 한 후, 경영 정상화를 빠르게 이뤄낸다면 양사 간 결합 시너지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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