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뿌려도 안 돈다… 단기부동자금 1100조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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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뿌려도 안 돈다… 단기부동자금 1100조 돌파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5.2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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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쇼크에 기업·가계 현금 확보 안간힘...1~3월 60조 이상 급증
가계와 기업들이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계와 기업들이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가계는 물론 기업들까지 현금 확보에 올인 중이다. 현금과 바로 바꿀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을 합친 단기자금이 올 1분기에만 60조원 넘게 급증해 사상 처음 1100조원을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불확실성이 커지자 선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22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머니마켓펀드(MMF)·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금융상품을 합친 단기자금 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1106조3376억원에 달했다.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증가폭이며, 지난해 말(1045조5064억원)과 비교하면 60조8312억원이나 급증한 수치다.

단기자금은 2016년 12월(910조5940억원) 처음 900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2019년 11월 1010조7030억원으로 늘어 1000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100조원 증가하는 데 약 3년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불과 4개월 사이 또 다시 100조원이 증가했다.

단기자금이 급증하는 건 코로나19가 큰 영향을 미친 거로 보인다.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비관 심리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고, 이에 가계와 기업들이 ‘현금 쌓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한은까지 경기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올 3월 17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75%로 대폭 낮추며, 시중의 유동성 공급에 적극 나선 것도 요인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3~4월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직접금융시장에서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한 것도 현금에 목 메달게 만드는 상황을 부추겼다. A1 등급 기업어음(CP·91일물) 금리는 3월 17일 연 1.36%에서 13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지난달 2일 연 2.23%까지 0.87%포인트 급등했고, 기업들 사이에선 흑자도산 우려가 확산되기도 했다.

한편 경제주체들이 현금을 움켜쥐기만 하면서 소비와 투자는 상대적으로 침체됐다. 올 1분기 민간소비는 전년 대비 6.4% 하락했다. 이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 1분기(-13.8%)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묶인 돈은 설비투자에도 쓰이지 않았고, 1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0.2%에 그쳤다. 

단기자금이 사상최대치로 치솟자 전문가들의 우려도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부동자금 증가는 불확실성 확대 속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쌓여 있는 뭉칫돈이 늘어났다는 의미”라며 “만약 이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쏠릴 경우 언제든지 집값 상승은 재현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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