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계약직 대상 ‘쪼개기 계약’ 논란
상태바
카카오뱅크, 계약직 대상 ‘쪼개기 계약’ 논란
  • 박수진 기자
  • 승인 2020.05.18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무 1년쯤 ‘기간연장’ 평가 실시…통과해야 1년 보장
2년 계약 만료 1.5달 전 ‘정규직 전환 시험’ 또 치러야
정규직 전환 회피 꼼수 지적도…결국 계약직 돌려막기
사진=카카오뱅크
사진=카카오뱅크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카카오뱅크가 고객서비스부문 계약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일명 ‘쪼개기 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1년마다 시험을 통해 일부 계약직 직원들을 걸러내고, 통과된 직원들을 대상으로 다시 2년 근무 만기 시점에 시험을 진행해 정규직 전환 대상 직원들을 선발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측은 이 같은 평가제도 방식을 계약 전 설명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비율이 계약직 입사자 비율보다 현저히 낮고, 정규직에 실패한 직원들의 빈자리는 새로운 계약직 직원들이 채우고 있어 정규직 전환 의무를 회피한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8일 카카오뱅크 고객 상담 직원으로 일했던 A씨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2년 이상 비정규직 사용 시 정규직 전환’이라는 법적 의무를 피하기 위해 계약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시험을 진행해 오고 있다. 평가 후에는 평가 미달이라는 명목으로 계약직 직원들의 계약을 대거 종료하고, 해당 빈자리는 새로운 계약직 직원들로 다시 채우고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 고객서비스는 총 2곳으로 나뉘어져 운영되고 있다. 1센터(서울오피스)는 카카오뱅크 출범 전인 2017년 5월 외주업체가 운용하는 방식으로 출범과 함께 운영됐다. 그해 7월 출범과 동시에 업무량이 늘어나자 회사 측은 3개월 뒤인 10월 2센터(강서오피스)를 오픈했다. 2센터 오픈 과정에서 카카오뱅크 측은 1센터를 외주업체가 아닌 자체 계약 형식으로 전환, 직접 운영하고 있다. 2센터는 외주업체가 현재까지 담당하고 있다. 

현재 1센터는 외환상담, 여신상담,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 전문상담이 필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2센터는 일반문의(콜·톡·일대일), 카드 분실·사고 등 24시간 업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즉 1센터에서는 외환, 전월세 상담등 회사 측이 중요하다고 판단돼 외주업체에 넘길 수 없는 업무들을 맡고 있다.  

문제가 제기된 곳은 1센터이다. 해당 1센터 계약직 직원들이 입사 후 정규직이 되기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계약 후 근무 1년이 되기 1.5개월 전 직원들은 ‘계약 연장’이라는 필기시험을 치러야 한다. 해당 시험에 통과해야 2년차 근무를 진행, 정규직 전환 조건에 들어갈 수 있다. 떨어지면 더 이상 근무할 수 없다.  

이렇게 계약 연장 시험에 통과된 직원들은 2년 계약 만료되기 2~3달 전에 ‘정규직 전환’ 시험을 봐야 한다. 해당 시험은 1차(서류평가)와 2차(면접)로 이뤄져 있다. 1차 시험은 직무 분야 필기시험(20%), 동료평가(20%), 리더평가(40%), 기타(20%)로 이뤄져 있다. 1차에 통과돼야 2차 면접을 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시험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다. 회사 측은 모든 평가가 블라인드로 진행되는 등 공정하게 이뤄진다며 직원들을 안심시켰지만, 블라인드로 공정하게 진행될 수 없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필기시험의 경우 본인 특정 직무에 관해 서술하기 때문에 인원이 많지 않은 고객서비스 내에서 당사자를 골라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 더욱이 동료평가와 리더평가 역시 주관적인 부분이 반영되는 만큼 공정성이라고 언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A씨가 카카오뱅크가 계약직 전환을 거부한다는 인상을 받은 것은 계약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 비율에 있다. A씨에 앞서 2019년 3월 입사자(1차 시험 통과자) 10명 중 3명이 필기시험에 떨어졌고, 이후 면접에서 일부가 떨어지면서 총 3명만 정규직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A씨가 입사한 5월달 정규직 전환 비율은 더욱 최악이었다. 총 23명 중 17명이 1차 필기시험(레포트 대체)에서 탈락한 것. 나머지 6명은 최종 면접에서 합격했다. 즉 70%가 정규직 전환에 실패했다. 앞서 1년 계약 연장 시험에서 떨어졌던 직원들까지 생각하면 정규직 전환에 성공한 직원 수 비율은 한자릿수에 불과하다. 

A씨는 “17명이 업무능력이 부족하거나 다른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17명 모두 카카오뱅크에서 3년을 일한 사람들이다”면서 “문제가 있었다면 그 이전의 절차에서 탈락이 돼야 한다. 업무능력이나 조직문화 적합도나 모두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A씨의 이 같은 주장과 관련해 카카오뱅크 측은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신규 정규직 채용에 준하는 절차로 보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회사가 모든 계약직 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없다”며 “이에 따라 1차, 2차 평가를 거치고 있고, 이 부분은 사전에 충분히 설명된 부분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A씨는 “모든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것이 아니라 업무능력이나 조직에 문제가 없는, 2~3년을 일한 사람을 굳이 계약종료 해야하는지를 묻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계약직은 계속 이렇게 절대적으로 높은 비율로 계약을 종료하고 새로운 계약직을 채용해서 운영한다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한편 2007년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보호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노동위원회법)에 따르면 기간제(계약직) 근로자로 2년 이상 일하면 사용주가 사실상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규정돼 있다. 다만 사용주가 2년 이내에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게 됨으로써 오히려 고용불안을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한다는 우려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