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달고 해적질하는 원양선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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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달고 해적질하는 원양선사들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3.04.1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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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발췌] 그린피스 ‘한국원양어업의 불법어업 실태 보고서’
▲ 동원산업의 참치어선 웨스턴김號

[매일일보]전 세계 5대양에 359척의 선박을 거느린 ‘원양강대국’ 한국의 원양업계가 불법어업(IUU:불법·비보고·비규제어업)과 외국인선원 노동착취 및 인권탄압 등으로 국가위신을 심각하게 실추시키고 있지만 한국정부는 ‘기국’(선박 소속국)의 책임을 방기한 채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한국의 모든 원양어선(한국기를 단 기국 선박외도 외국기 명의를 빌린 한국선박 포함)의 IUU실태를 종합한 보고서를 최근 작성해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선상에서 외국인 선원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도 포함됐다.

이 보고서는 특히 탐욕에 눈이 멀어 인류공동유산인 남극해에서 남획하고, 아프리카 사람들의 식량이 될 수산자원을 약탈하며 거리낌 없이 공문서를 위조하고, 외국인 선원을 착취하는 한국 원양어업의 실상을 고발했다. 그린피스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요약·발췌했다.

▲ 그린피스가 발표한 ‘한국원양어업의 불법어업 실태 보고서’ 표지. 국제사회는 한국정부가 지구촌 전체를 위한 ‘지속가능한 어업’을 실천할 것인지, 아니면 후진적인 운영방식과 비윤리, 불법과 남획으로 돈 번 한국원양업계를 계속해서 비호할 것인지 지켜보고 있다.

한국, ‘남극 해적’ 인성실업 비호하다 불법어업국 낙인 

동원·신라교역·인터불고 등 아프리카 식량 자원 약탈 

사조, 뉴질랜드서 인권유린…검찰 불기소에 외신 경악

세계적 원양강국, 오래된 IUU 관행

한국은 2008년 기준 원양어업 어획량 세계 3위, 원양참치 조업량 세계 2위의 원양강대국이다.

또한 전세계 바다에 9000개의 원양업체, 359척의 선박을 거느리고 있다. 그만큼 국제사회의 관련 규약과 의무를 준수해야 할 책임도 크다.

한국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유엔공해어업협정(UNFSA)과 FAO 이행협정의 협정국으로 관련 협정의 의무사항을 준수할 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전세계 18개 지역 수산기구 중 16개에 가입해 있고, IUU어업을 예방·방지·근절하기 위한 국제행동계획(International Plan of Action to Prevent, Deterand Eliminate IUU Fishing, IPOA-IUU)을 지지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이 유럽연합과 체결한 FTA에 따르면 한국과 유럽연합은 ‘세계인권선언에 명시된 권리와 자유’, ‘국제노동기구 협약을 실제적으로 이행’, ‘공명정대하게 활동하여 환경천연자원을 보호 및 보존’, ‘민간분야 및 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한 모든 이해당사자들에게 투명성을 보장’,‘노동과 환경관련 법규 및 정책을 개선하고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한국은 불법어업과 경미한 처벌, 외국인 선원에 대한 인권침해와 노동착취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위신을 잃고 있다. 그린피스가 공개자료와 정보에 근거해 정리한 한국의 IUU실태 표에 따르면 IUU를 저지른 한국 선사는 20개 업체의 34개 선박이다.

국제사회의 계속된 압력 외면

선박기국으로서 한국은 가입한 국제협정과 국제기구의 규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으나 한국 원양어선들의 계속되는 IUU와 정부의 방관으로, 결국 미국 상무부는 지난 1월11일의 의회에 2년마다 제출하는 불법어업(IUU) 국가보고서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이와 관련해 한국정부는 한국 원양어선들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하여 IUU를 방조한 책임을 인정했고 IUU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취지로 관련법인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에 착수했으나 미국은 이 법안 개정안이 IUU를 방지하는데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

미국은 한국이 IUU에 대한 근절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자국법에 의거, 한국의 IUU선박에서 나온 수산물의 모든 거래 및 유통 과정을 규제하고 해당 수산물의 미국 반입, 해당 선박의 항만 입항 등 포괄적인 경제 및 항만제재를 시행하게 된다.

유럽연합도 최근 서부 아프리카 연안 수역에서 한국 원양어선들의 무더기 불법어업 사태를 심각하게 여기고 이를 개선하도록 촉구했다. 이 역시 개선이 되지 않을 경우 ‘비협력제3국’으로 지정해 해당 국가에서 어획한 수산물과 상품은 전면 수입금지된다.

▲ 2009년 9월14일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소속 김형근씨가 솔로몬제도 인근의 태평양 공해상에서 한국의 참지조업선 오룡717호(사조산업 소속)의 연승조업 중단을 요구하며 “이곳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라”는 영문구호 현수막을 들고있다. <사진=그린피스 제공>

인성실업 비호하다 ‘불법어업국가’ 전락

한국은 정부간 협약인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협약(CCAMLR)의 25개 회원국 중 하나이다. 이 협약은 과거 남극해 남획과 자원 붕괴에 대한 반성으로 체결되었기 때문에 남극해 어업활동을 엄격히 관리하는 보존기구다.

현재 남극해에 진출한 원양업체는 동원산업, 인성실업(자매회사홍진실업) 등 3개 업체로, 주로 연간 9척의 배가 이빨고기(메로)와 크릴을 잡는다.

그중 인성실업은 1990년대 초중반 남극해에서 크릴 및 이빨고기(메로) 조업을 시작한 이후 이 해역의 독보적인 선두업체로 성장, 20년 만에 동원, 사조에 이어 수출액 기준 국내 원양업계 서열 3위에 올랐으나 고착화된 불법어업으로 2011년에는 해당 기구에서 IUU 목록에 등재될 뻔했다.

2011년 당시 문제가 된 인성실업의 선박은 인성7호인데, 남극의 로스해에서 이빨고기를 제한량의 4배 가까이 남획했고, 이는 명백한 불법어업이었기 때문에 유럽연합은 인성7호의 IUU선박 지정을 의제로 상정했다.

그러나 한국은 만장일치 제도를 이용해 모든 회원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해당 선박의 IUU 등재를 반대했다. 매우 심각한 불법어업임에도 한국 정부가 해당업계를 적절히 처분하려는 의지가 없음을 명백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리고 관계 부처는 이에 대해 과태료 150만원과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러한 처분에 대해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 회원국들은 일제히 다른 나라에는 있을 수 없는 너무나 가벼운 처벌이라고 비난했다.

이로 인해 2013년 1월11일 미 상무부는 의회에 2년마다 제출하는 불법어업(IUU) 국가보고서에 한국을 포함시켰다고 한국에 통보했다.

이 보고서에서 한국은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나, 이탈리아, 멕시코, 파나마, 스페인, 탄자니아, 베네수엘라와 함께 IUU 국가로 낙인 찍혔다.

한 개 업체와 이를 관리하지 못한 관계 부처 때문에 대한민국 전체가 IUU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 국내 최대 원양업체 동원산업은 라이베리아 수역에서 위조된 어업허가권으로 불법(IUU)을 하고 관련 혐의를 무마하고자 공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국제적 물의를 빚었지만 자신들은 잘못한 것이 없으며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어떤 자료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해적행위

서부 아프리리카 해역에서는 한국 원양어선들이 무더기로 불법어업을 행한 사실이 밝혀져 국제사회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동원, 신라교역, 인터불고를 포함 15개 업체의 약 30여개 선박이다.

최근 국내 최대 원양업체 동원산업의 참치선망선 프르미에(Premier)호는 라이베리아 수역에서 위조된 어업허가권으로 불법(IUU)을 하고 관련 혐의를 무마하고자 공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국제적 물의를 빚었고, 동원의 또 다른 선박 인솔레반(Solevant)호도 불법어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인터불고(Inter-Burgo)의 선박들도 이 수역에서 위조어업권으로 불법어업을 한 사실이 발각되었다.

동원은 자신들은 잘못한 것이 없으며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어떤 자료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영국은 서부 아프리카의 무더기 불법어업 사태를 심각하게 주시하고 이곳에서 잡힌 불법어획물의 반입에 대해 주의할 것을 당부하였다. 또한 인도양 연안국들은 일치단결하여 동원의 프르미에 선박에 대해 어업허가 및 항만입항을 거부했다.

한국의 원양업계가 대거 진출해 있는 서부 아프리카 연안국가들은 매우 가난하다. 연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한국의 1/20에도 못 미친다. 한국의 2010년 평균 영아 사망률이 3.2명인데 반해, 이 지역의 영아 사망률은 2010년 평균 100여명으로 매우 가난하고 열악하다.

굶주리는 아프리카 사람들과 아이들에게 물고기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식량자원이자 수입원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외국어선들에 빼앗기고 있다.

조업이익의 3~6% 불과한 입어료를 내고 들어온 외국 어선들은 아프리카의 열악한 행정기반을 악용해 거리낌 없이 불법어업을 행한다. 이들이 불법어업을 통해 수탈해가는 물고기는 연간 아프리카 어획량의 37%에 달하고, 결국 지난 50년간 아프리카 수산자원은 50%나 급감했다.

최근 아프리카개발은행(ADB) 보도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불법어업으로 빼앗기는 수산자원은 연간 1백만톤으로 전세계 불법어업의 약 10%에 달하며 돈으로 환산하면 약 1조원 이상에 해당한다.

한국 업계가 서부 아프리카 연안수역에서 잡아들이는 물고기의 양은 연간 6만4000여톤, 이중 4만톤을 국내에 들여온다.

이들 나라에 지불하는 입어료는 2011년 기준 약 58억원이다. 한국원양업계가 이들 나라에서 취하는 매출 규모에 대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단적으로 서부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조업선을 갖고있는 인터불고사는 회사 연 매출이 1조라며 자랑한다.

한편 전 농림수산식품부(현 해양수산부)는 아프리카 국가에 매년 수산공적개발원조(ODA)를 한다. 연간 4~5억을 지원해오다 2011년부터 10억, 2012년에는 16억으로 늘렸다.

그러나 지원 내용을 보면 대부분 단순 물자 지원에 불과하다. 아프리카 연안국의 빈곤 탈출과 자립을 위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않는 생색내기용 ‘죽은 원조’인 반면 원양업계를 보조하기 위해 2013년 지원될 예산액은 666억원이다.

한국 원양업체의 무더기 불법어업에서 보듯 서부 아프리카 수역은 열악한 사회기반 때문에 불법어업의 천국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기본적 사업윤리와 투명성이 요구된다. 적어도 아프리카 사람들의 식량을 빼앗아간다는데 대한 최소한의 양심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 원양업계는 가난하고 약한 아프리카 나라들이 마련한 최소한의 법적 절차도 무시했다. 혹 발각되면 가난하고 무지한 아프리카 정부를 탓하면 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번 사태와 관련 한국정부는 국제사회의 요구는 아랑곳 않고 제대로 된 조사를 시작조차 않고있다.

▲ 2009년 9월14일, 태평양 솔로몬제도 인근의 국제수역에서 참치남획을 막기위해 사조산업의 참치잡이 조업선이 쳐놓은 연승조업기구인 주낙을 수거하는 그린피스와 환경운동연합의 공동액션이 전개되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제공>

뉴질랜드에선 외국인선원 인권유린

사조참치로 유명한 사조그룹의 원양어선 인권침해 문제로 한국은 인권후진국이 될 위기에 놓였다. 미 국무부는 2001년부터 발간하는 ‘연례인신매매보고서’(TIP : Traffickingin Persons Report 2012, 이하 TIP)를 통해 인권보호 노력과 관련, 각국에 등급을 매기고 있다.

한국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째 1등급을 유지했으나 2012년 6월 발간된 TIP보고서에서 사조 원양어선의 인권유린 문제가 도마에 오르며, 미국국무부가 2013년 2월 2등급으로 강등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사조그룹 계열의 사조오양 원양어선 오양70호와 75호에서 벌어진 외국인선원들에 대한 인권유린은 처참했다. 2010년 8월 뉴질랜드 앞 바다에서 조업중이던 오양70호의 침몰로 살아남은 선원들과 2011년 6월 오양75호에서 탈주한 선원들의 증언은 뉴질랜드와 호주 사회를 경악시켰다.

금속성 둔기 폭행은 다반사이며 과도한 노동착취, 성희롱과 성폭행, 욕설 그리고 임금체불과 미지급, 노예계약 등 부도덕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또한 오양75호는 불법어업도 자행했고, 이와 관련해 뉴질랜드 정부는 2011년 8월부터 자국 수역의 외국선박 조사에 착수했다.

2012년 2월에 발표된 뉴질랜드 정부보고서는 거의 한국선박에서만 이러한 류의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제사회에서 파문이 커지자 한국정부는 뒤늦게 2012년 5월말 국무총리실 주재로 관계부처합동조사단을 꾸렸다. 2012년 9월28일 정부합동조사단은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그동안 선원들과 시민사회가 주장한 인권침해 및 임금체불, 문서위조 및 선원법 위반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선원 폭행에 가담한 한국인 선원 5명과 근로계약서 및 임금지급 증빙서류 위조에 가담한 사조오양 직원 5명이 검찰에 송치됐으나, 부산지검은 지난해 말 사건에 대해 피의자인 사조오양 측에서 선원들이 관련자들의 처벌을 원치않는다는 취지의 문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사조오양이 처벌을 면한데 대해 뉴질랜드와 호주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언론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질랜드는 자국수역 내에서 조업하는 외국인 용선에 대한 규제강화를 준비중이고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도 한국의 인권등급을 강등하려고 한다.

그린피스 “강도높은 개혁 필요”

그린피스는 “앞선 사례들이 미친 영향을 볼 때 이제 한국정부는 시급히 총체적 불법과 추문으로 얼룩진 한국 원양어업을 개혁해야 한다”며, “강도 높은 개혁만이 IUU를 근절하여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한국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그린피스가 한국 정부와 관계부처에 제시한 개선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국으로서 한국 원양업계의 IUU 어업활동을 조사하고 처벌하여 IUU가 재발되지 않도록 강력히 규제해야한다.

해양수산부, 외교부, 환경부는 긴밀히 협력하여 한국 원양업체들이 지속가능한 어업에 기반한 국제수산기구의 보존조처들을 준수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재검토하여 원양산업을 엄격히 관리한다. 또 지속가능한 원양수산 정책을 도입하여 생태계 접근 방식과 사전 예방의 원칙 따라 해양환경을 보존해야 한다.

셋째,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원양산업 전반 사안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시민사회를 포함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명정대한 원양가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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