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시중은행, 가정의 달 특판 ‘실종’
상태바
“코로나 때문에”…시중은행, 가정의 달 특판 ‘실종’
  • 박수진 기자
  • 승인 2020.05.14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신한·하나·우리·농협銀 “이달 출시 계획 없어”
제로금리에 예대마진 빨간불…상품 내놓기도 부담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각 사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과거 연례 행사였던 시중은행의 ‘가정의 달’ 맞이 특판상품이 올해는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저금리 기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제로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은행들의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KB·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들의 ‘가정의 달’ 맞이 특판 상품은 현재로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은행들이 ‘근로자의 날’,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처님 오신날’ 등 각 시기에 맞춰 2~3% 대의 특판상품을 선보인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시중은행의 가정의 달 특판 상품이 자취를 감춘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전례 없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들이 수익성 부진을 겪고 있어서다. 앞서 한은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커지자 지난 3월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더 내린 0.75%로 운용하기로 했다. 

이처럼 낮아진 금리에 올해 국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3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8%(7000억원) 줄었다. 이자이익도 10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229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1분기부터 하락세가 지속된 NIM(순이자마진)은 올해 1분기 1.46%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62%) 대비 0.15%포인트 떨어졌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정부가 주문한 40조원대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과,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원금 및 이자 상환 유예 등으로 수익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로 개인뿐 아니라 중소·대기업 차주의 채무상환능력도 악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수출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고용률 및 실업률도 지난달부터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서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56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47만6000명 감소했다. 이는 21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체감 실업률도 14.9%로 1년 만에 2.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달 기준으로 비교하면 통계를 작성한 2015년 1월 이래 최고치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이후 본격화한 수출 감소로 수출기업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며 “수출 대기업 종사자와 같은 상용근로자 휴업과 임금 삭감, 해고 증가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금시장 안정화로 대기업 자금 수요는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자금시장 차별화로 한계기업 자금경색은 지속되고, 은행권 대손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주요 5개 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들이 보유한 정기적금 잔액은 총 38조369억원으로 지난해 말(39조6350억원)보다 4.0%(1조5981억원) 감소했다. 

주목할 점은 코로나19 여파가 지난달부터 본격 시작되면서 당분간 예/적금 특판 상황은 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그룹의 2분기 예상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4881억원) 감소한 총 3조3853억원으로 추정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통상 은행들은 현금이 많이 풀리는 5월과 연말에 관련 특판 상품을 선보이며 고객 몰이에 나서지만, 지난해와 올해 경우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적극적으로 특판 상품을 선보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새 특화 상품보다는 기존 상품을 통해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