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난지원금 마케팅마저 막은 관치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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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난지원금 마케팅마저 막은 관치금융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0.05.1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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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받는 카드사 마케팅을 두고 뒷말이 많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얼마 전 긴급재난지원금 취지에 어긋난다며 카드사 마케팅을 자제하라고 했다. 카드사가 긴급재난지원금 활용을 촉진하려고 준비해온 프로모션을 일제히 취소한 이유다. 은성수 위원장은 공적자금인 긴급재난지원금을 금융사에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재난지원금이 카드사만 배를 불려줄 거라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오기는 했었다.

카드사가 재난지원금으로 재미를 볼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어려운 이야기라고 말한다.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카드사 가맹점수수료가 많지 않다. 지원금을 쓸 수 있는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은 수수료는 신용카드 0.8%, 체크카드 0.5%에 불과하다. 게다가 가맹점 수수료는 해마다 낮아지는 추세라 더는 카드사 주수입으로 보기 어려워졌다. 2019년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2117억원으로 전년 대비 2% 이상 뒷걸음쳤다. 카드사가 리스나 할부금융 같은 영역에서 수익원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이유다.

재난지원금 신청을 받는 카드사는 현재 총 9개사다. 어느 한 카드사가 독점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스스로 입맛에 맞는 카드사를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카드사 마케팅을 과열로 봐야 할까. 마케팅은 기업에 의미 있는 이익을 노릴 때 이뤄진다. 하지만 준비했던 재난지원금 프로모션은 자사 카드로 신청하면 추첨으로 커피 기프티콘을 주는 정도에 불과했다. 카드사가 이익을 챙길 수 없게 하려면 재난지원금 가맹점수수료를 아예 없애면 됐다. 아니면 공적자금인 재난지원금을 정부가 직접 나눠주면 됐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앞두고 실시하려던 카드사 이벤트는 그저 소비독려 운동으로 보는 게 맞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를 걱정하는 것은 정부뿐만이 아니다. 카드사도 마찬가지다. 더 많은 혜택을 받고 기분 좋은 소비에 동참할 수 있었던 소비자도 기회를 빼앗긴 셈이다. 공문 한 장 보내지 않은 채 말 한마디로 카드사 프로모션을 취소시킨 걸 보면 관치금융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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