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예상 웃도는 정유업계 위기,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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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예상 웃도는 정유업계 위기,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해야
  • 조성준 기자
  • 승인 2020.04.2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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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산업부 기자
조성준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정유업계가 정면으로 겪고 있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정유업계에 대한 지원방안이 나오고, 정유사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1분기 실적 발표한 에쓰오일(S-Oil)의 결과물을 보면 더욱 그렇다.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1조7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은 5조1984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4262억원)보다 4.2% 감소했고 손익은 2704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분기 적자는 지난해 2분기(905억원 손실) 이후 세 분기 만이다.

에쓰오일의 이같은 실적은 여러 증권사들의 예상치보다도 훨씬 부진한 수준으로, ‘어닝 쇼크’(깜짝 실적 하락)라 할 수 있다.

에쓰오일의 대규모 적자는 모두 정유 부문에서 발생해 코로나19로 정유·항공 업계가 가장 큰 피해를 본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정유 부문 영업손실은 1조1900억원이었으나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부문은 1분기 각각 665억원과 1162억원의 이익을 냈다.

에쓰오일 외에도 정유업계 전체가 국제 유가 급락과 이에 따른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원유 가격)이 최저 수준으로 머무르면서 팔면 팔 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놓여 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의 실적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정유4사의 1분기 영업적자 규모가 4조원이 넘을 것으로 내다본다.

더 큰 문제는 이달부터 집계될 정유4사의 2분기 수익 전망 또한 밝지 않다는 점이다. 주요 증권가 레포트에 따르면 정제마진이 이달 -0.7(이하 달러/bbl)로 급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지난달(0.4)보다 1.1 가량 떨어지면서도, 지난해 12월 20여 년만에 마이너스 정제마진을 기록한 -0.1보다 -0.6 낮은 수치다.

정유사들은 위기에 대응해 각자도생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공장 가동률을 기존 100%보다 20∼30% 낮춰 생산을 줄이고, 급여 반납, 희망퇴직 등을 추진하는 비상경영을 가동하고 있으나 충분치 않아 보인다.

정부도 정유사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정유업계의 관련 세금 납부기한을 3개월 가량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지원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같은 조치를 통해 약 1조3745억 원 가량의 정유사의 세재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유 업계는 세제지원 확대 외에 투자 인센티브 확대, 규제 완화 등 보다 근본적인 지원책을 바라고 있다. 정유업이 산업계 기틀이라는 점에서 산업 전체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정부가 정유 업계 목소리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로 위기를 실감한 정유 업계도 업종 특유의 정태적인 문화를 벗어버리고, 신산업 위주의 프로젝트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변동성에 대응하는 경영 환경을 조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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