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받았다는 사람이 없어요"...경기도민 "받아서 고마운데 그냥 용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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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 "받았다는 사람이 없어요"...경기도민 "받아서 고마운데 그냥 용돈이죠"
  • 박지민 기자
  • 승인 2020.04.26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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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 지급' 서울형 재난긴급생활비에 불만 높아
'전부 지급'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에 대부분 호평
정부 재난지원금, 선별에서 전부 지급으로 전환
경기도가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현장 신청이 시작된 20일 오전 경기 수원시 권선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접수창구 앞에 시민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가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현장 신청이 시작된 20일 오전 경기 수원시 권선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접수창구 앞에 시민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지민 조현경 김정인 조민교 기자] “서울시가 재난긴급생활비를 주고 있다는데 주변에 받았다는 사람이 없다. 1인 가구는 지급기준이 최저시급보다 적은 월 170여만원이라고 한다.”(서울시민 20대 남모씨)

“공평하게 누구나 다 지급해 주는 방식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실제 (코로나)국난 극복에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경기도민 20대 장모씨)

서울시의 재난긴급생활비와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해당 지역 주민들의 평가다. 서울시는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진 시민들을 돕기 위해 가구 별로 자산 조사 없이 소득 기준으로만 중위소득 100% 이하에 30만원에서 50만원을 지급하는 ‘선별적 지급’ 방식을 선택했다. 반면 경기도는 차별 없이 모든 경기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는 ‘보편적 지급’을 택했다. 현재까지는 신속하게 모두가 혜택을 보는 경기도 방식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서울시를 압도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 중인 정부는 당초 서울시와 같은 선별적 방식을 택했지만 최근 자발적 기부제 조건부 전 국민 지급이라는 경기도 방식으로 선회했다.

서울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일단 정부의 입장 변화는 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대에서 50대까지 매일일보가 접한 서울시민들은 서울시 방식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당산역 인근에 거주하는 남모(20대)씨는 “1인 가구의 경우 한 달 동안 최저시급을 다 받으면 지급기준을 넘어가게 된다”며 “제가 못받을 정도면 빛좋은 개살구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경기도 친구들은 다 받는 것 같다. 경기도랑 서울시랑 사실 경계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경기도 친구들은 다 받는데 저는 못 받으니 좀 억울한 기분”이라고 했다.

성수동의 김모(30대)씨도 1인 가구다. 그는 “해도 안 될 거 같아서 신청을 안했다”며 “경기도와 서울은 같은 생활권인데 경기도는 다들 받지만 서울은 거의 받는 사람이 없는 느낌”이라고 했다. 영등포에 사는 또 다른 김모(50대)씨 역시 “나를 포함해 주변에 받았다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며 “서울시 공약을 보면 막상 체감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느낌이 이번에 들었다”고 했다.

서울시는 1~2인 가구에 30만원, 3~4인 가구에 40만원, 5인 이상 가구에 50만원을 지급하는데, 지급기준은 각각 월 소득기준으로 △1인가구 175만7194원 △2인 가구 월 299만1980원 △3인 가구 월 387만577원 △4인 가구 월 474만9174원 △5인 가구 월 562만7771원 △6인 가구 650만6368원 등이다.

구로에 살고 있는 정모(20대)씨는 신청 자체가 힘들다고 했다. 그는 “신청하려고 해봤는데 세대주가 아니면 신청 절차가 까다롭다”며 “주변에서 받았다는 사람을 딱 한 명 봤다. 평소 다른 사람보다 정보가 빠른 사람”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부터 재난긴급생활비 신청을 접수, 접수한지 일주일 뒤부터 지급한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회기동 대학가에 살고 있는 성모(20대)씨는 정보 공유에 적극적이라 일찍 신청해 지급을 받은 경우다. 그는 “선불카드로 지급받았는데 잘 긁히지가 않아 불편하다. 이 카드를 처음 받는 업소에서는 안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익숙한 업소는 여러 번 긁어서 결제를 마쳤다”며 “잔액 조회를 하려면 ARS 전화를 걸어 물어야 한다는데 귀찮아서 한 번도 조회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에 친구가 사는데 이야기를 들으니 부러웠다”고 했다.

반면 경기도에서 만난 시민들은 거의 대부분 재난기본소득 10만원을 지급받아 사용하고 있었다. 간편한 신청절차와 잔액 조회 서비스, 공평한 지급방식 등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다만 실제 생활에 큰 보탬이 된다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경기 남부 안양에 사는 정모(40대)씨는 “골목 단골 술집에서 두세 번 사용하니 바닥이 났다”고 했다. 경기 북부 고양에 사는 인모(20대)씨는 “담배 사는데 사용하고 있다. 그냥 용돈이 생겼다는 정도”라고 했다. 같은 고양시의 김모(20대)씨는 “포천에서는 40만원을 추가로 준다는데 우리 지역은 5만원뿐이다. 좀 더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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