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개 든 ‘빅브라더’… 정부 역할은 명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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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개 든 ‘빅브라더’… 정부 역할은 명확해야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0.04.2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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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산업부 기자
김정우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정부는 개인의 일상과 경제활동에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라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정부의 역할에 대한 고찰이 요구되고 있다. 방역 활동을 위한 확진자·의심환자 관리, 출입국 통제, 경제 회복을 위한 재정 지원과 정책 등 중요 역할을 수행하는 정부의 힘이 강화되는 데 따른 현상이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상황에서 강제력을 동원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자가격리자 동선 관리, 집단감염 위험을 막기 위한 유흥업소 등 통제 등이 대표적 사례다. 전시 상황이라면 계염령을 발동해 국민들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다.

정부 역할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 지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격리 지역을 이탈한 자가격리자에 대한 기소, 일부 소상공인에 대한 영업활동 제한, 일부 종교단체의 집회 등에 대한 행정명령 등에서 일부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개입을 옹호한다. 반면 개인의 자유라는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보건의료와 IT(정보기술)가 발달한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다수 국가에서 국민의 이동을 통제하거나 의심환자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것이 정부의 역할이 비대해진 ‘빅브라더’의 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한다.

정부의 적정한 역할 범위에 대한 고민은 이전부터도 계속돼 왔다. 국가 안보를 위한 정보 감시 등에서부터 독과점과 빈부격차 등 시장 실패에 대한 정부의 개입까지 익숙한 주제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에 대한 대책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뿌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직접적인 현금 살포는 경제적이지 못한 방법이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불가피한 결정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처럼 역할이 커진 상태에서 정부가 이전보다 한층 노골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은 우려된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는 ‘배달의민족’ 앱 수수료 정책이 소상공인들에 피해를 준다며 공공 앱으로 경쟁 맞불을 놨다. 사회적으로 적절하지 못한 기업 활동에 대한 비판은 몰라도 정부가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민간과 경쟁한다면 어디까지 나설 수 있는지 경계가 모호해진다. 또 이윤을 추구해야 할 기업이 정부와 직접 싸우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뜻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사업가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정부는 주택과 토지의 공공재 성격을 강조하며 가격을 통제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공급 불균형과 악성 투기라는 문제를 잡기 위함이지만 동시에 소유주들에게는 정당하게 획득한 자산에 대한 권리 행사를 막는 강제력으로 작용한다. 이는 자산가들의 경제 활동 심리를 위축시켜 돈이 돌지 못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부의 직접 개입으로 사회·경제적인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민 안전과 극단적인 문제에 대한 개입은 불가피하지만 건전한 순환이 필요한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은 실제 상황을 왜곡하는 부작용로 이어지기 쉽다. 정부가 합리적이고 명확한 범위에서 기능하지 않으면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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