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저유가·코로나 이중고…실적악화 불 보듯 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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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저유가·코로나 이중고…실적악화 불 보듯 뻔해
  • 조성준 기자
  • 승인 2020.04.21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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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WTI 배럴당 -37.63달러…WTI 거래 역사 상 처음 있는 일
정유업계, 실적악화에 부채 비율 증가…신용도 하락 이어져
국제유가가가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면서 정유업계의 상반기 실적 악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사진은 미국의 한 정유시설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제유가가가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면서 정유업계의 상반기 실적 악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사진은 미국의 한 정유시설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국제유가가 폭락해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하면서 정유업계의 실적 악화가 깊어질 전망이다.

20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7일 종가 18.27달러에서 55.90달러나 떨어진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하락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가 겹치면서 기록적인 낙폭으로 이어졌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1983년 뉴욕상업거래소가 WTI 선물 거래를 개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만약 원유 생산업체가 원유를 팔고자 한다면 돈을 주면서 팔아야 한다는 의미로, 수요가 전혀 없다는 의미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 이벤트’가 겹친 탓으로 풀이된다.

다만 ‘마이너스 유가’가 지속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21일부터 본격적으로 거래되는 6월물 WTI는 4.09달러 내린 20.94달러에 거래됐다. WTI 10월물은 32달러, 11월~12월물은 33달러선이다.

마이너스 유가에 정유 업계는 불황 장기화로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상반기 실적 악화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역대 최악의 위기라는 말도 들린다.

분기 손실이 조단위에 이를 정도로 위기를 겪고 있는 정유 업계는 코로나19로 시작된 수요 절벽이 재고 증가로 이어졌고, 수출을 포함해 석유제품이 판매되지 않다 보니 자금이 부족해지고 결국 신용등급이 하락하기에 이른 것이다.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 영업손실 725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분기 영업이익은 67억원으로 전년 대비 98.66%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S-Oil도 1분기 영업손실 4774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전환이 예상된다. 비상장사인 현대오일뱅크는 정확한 자료가 공개된 것은 없으나 대신증권 분석에 따르면 1분기 영업적자가 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GS칼텍스는 적자를 내지는 않았으나 1분기 영업이익이 22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52% 감소하고, 2분기에도 4247억원으로 12.9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각 사의 부채 비율도 높아졌다. SK이노베이션 부채비율은 지난 2018년 87.0%에서 지난해 117.1%로, 에쓰오일은 146.6%에서 151.4%로, 현대오일뱅크는 129.2%에서 136.2%로, GS칼텍스는 80.1%에서 85.8%로 모두 증가했다.

이같은 이유로 현금이 돌지 않자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결국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져 지난달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GS칼텍스(BBB+→BBB)와 에쓰오일(BBB 안정적→부정적)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마이너스 유가는 기름을 그냥 줘도 가져가지 않는다는 말이다”라며 “6월 인도분 선물가격까지 급락하는 추세를 볼 때 유가 급락의 문제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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