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총선, 부동산 그리고… 또 다른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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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총선, 부동산 그리고… 또 다른 선택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4.1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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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국민의 선택은 여당이었다. 180석. 그 누구도 미처 예상치 못한 결과다. 이는 탄핵 이후에도 한 치의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 미래통합당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게 옳다. 미래는커녕 과거로 회귀하고 통합보다 분열에 치중하며 국민을 얕잡아본 오만함 탓이었다. 

오히려 선거를 위해 급격하게 태세를 전환한 곳은 더불어민주당이었다. 선거 직전 일부 지역구에서 보유세 인상에 따른 반발이 커지자 민주당 후보들은 정부가 추진했던 종합부동산 인상 계획의 노선을 변경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런데도 종부세 관련 지역의 후보들은 줄줄이 낙선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유세 과정에서 약속한 1주택자 종부세 완화 약속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당론으로 정하기도 했으니 어떤 식으로든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심리학에는 ‘문전 걸치기 전략(foot-in-the-door technique)’이라는 게 있다. 1966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조너선 프리드먼과 스콧 프레이지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상대에게 부담감이 적은 부탁으로 허락을 받으면 다음에는 점차 큰 부탁도 쉽게 들어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업 사원이 문을 열고 그냥 말을 건네는 것보다 문틈으로 일단 발을 들이미는 것이 매몰찬 거절을 막을 수 있다. 국제구호단체에서 간단한 서명 등을 요구하다 마지막에 후원 얘기를 꺼내는 것도 같은 이치다.

마이클 콘웨이와 마이클 로스를 비롯한 수많은 심리학자는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사람은 일관성이라는 심리적 압력에 따라 자신의 행동이나 감정들을 결정된 입장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맞추어 나간다”고 해석했다.

일관성의 힘은 사회생활을 통해 길러진다. 간단히 말해 일관성 없는 언행은 부정적인 시각으로 작용하고 일관된 것은 긍정적인 시각으로 작용한다. 정치인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일관성은 일반인보다 정치인에게 더 큰 부담이다.

상대 진영에 공격할 빌미를 줄 수 있어서다. 배신자나 위선자, 사기꾼 등의 꼬리표는 정계를 떠나기 전까지 절대로 떨쳐낼 방법이 없다. 이제는 민주당이 선택할 차례다. 거짓말쟁이로 남을지 부동산 안정이라는 민주적 가치를 점차 잃어버릴지를.

이런 악수는 민주당 스스로 두었다.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다.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정확한 노선을 설정하고 나아가지 않는다면 다음 선거에서는 환호가 아닌 탄식을 내뱉을 수 있다. 선거의 역사가 우리에게 준 교훈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저항이 없으면 혁신도 없다. 부동산 안정과 표심 둘 다 잡으려다 모두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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