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대권 잠룡들 뜨고 지고…엇갈린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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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대권 잠룡들 뜨고 지고…엇갈린 운명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4.16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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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정치1번지'서 압승...대권행 급행열차 올라타
총선 패배 짊어진 황교안, 리더십 부재에 입지 '흔들'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소 상황실에서 21대 국회의원선거 당선이 확실시 되자 부인 김숙희 여사와 꽃다발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소 상황실에서 21대 국회의원선거 당선이 확실시 되자 부인 김숙희 여사와 꽃다발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21대 총선의 뚜껑이 열렸다. 이번 선거 결과로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潛龍)들의 명운도 엇갈리게 됐다. 누군가는 대권행 급행열차에 올라타게 됐고, 다른 누군가는 정치 생명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됐다. 2년 뒤 예정된 20대 대통령 선거를 향한 출발선이 달라졌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다.

여권 내 잠룡 중 가장 주목받은 승자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다. 이 전 총리는 개표 시작 이후 3시간도 채 안돼 당선을 확정지었다. 민주당에선 이 전 총리의 '1강' 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쏠리며 앞으로 당권에 도전하기보단 바로 대선을 준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에서 가장 먼저 대권가도에 올랐다는 평이다. 

그가 출사표를 던진 종로는 '정치 1번지'란 상징 외에도 여론의 바로미터 성격을 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지역구였다. 게다가 이번에 이 전 총리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각각 현 문재인 정부와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였다는 점과 여야 거대 정당 수장들의 대결이란 점에서도 관심이 집중됐다. 

여당의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전국구 정치인으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준데다 호남에서 내리 4선을 한 뒤 종로에서도 승기를 꽂은 것은 대권 선호도 1위 자리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다른 여당의 대권 경쟁자인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존재감을 나타냈지만, 향후 2년간 중앙 정치무대에서 주목받을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이 전 총리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는 평가다.

다만 새로운 숙제도 생겼다. 이 전 총리가 대선까지 순항하기 위해서는 당내 최대 세력인 '친문'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이번 선거전 과정에서 스스로 여권의 대선주자를 자칭했던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구 수성갑에서 패배의 쓴맛을 봤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의원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선거에서의 패배가 단기적으로 김 의원의 행보에 제약을 끼칠 수는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여권 내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영남 출신 인사라는 점은 여전한 무기다. 여권의 험지 중 험지, 적진 한 가운데 있는 대구 수성갑에 세 번째 도전장을 냈다는 점도 다른 후보와 차별화되는 이력으로 남을 수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이라는 이미지도 두텁게 축적됐다는 점도 향후 대권가도에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경기 김포갑을 떠나 경남 양산을에서 재선을 노리는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후보도 이번 총선에서 승리했다. 그는 경남도지사 시절 중도 사퇴해 18대 대선 경선에 참여하면서 경남도지사 자리를 야권에 헌납한 ‘원죄’를 씻고 다시 대권에 도전할 명분을 갖게 됐다. 여기에 이장, 군수, 장관을 거쳐 경남지사에 오른 드라마 같은 정치 경로가 향후 대권행보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를 사실상 진두지휘했던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향후 입지는 안갯속에 빠졌다. 이낙연 전 총리에게 완패의 수모를 당했다. 

후보 개인으로서의 패배보다 통합당의 최종 의석수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집권여당에 과반의석을 내준 것이 더 뼈아프다. 당초 이번 선거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면 황 대표는 일단 책임론에서 비껴갈 수 있었지만 총선 참패로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로는 황교안 대표 체제의 붕괴 가능성도 나온다. 황 대표의 대권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통합당 안팎에서 중도로의 외연 확장 요구가 커지면 ‘친박(친박근혜)’ 부분을 확실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에 다시 힘이 실릴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황 대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보수의 텃밭인 대구 수성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당의 간판을 내려놓고 무소속으로 싸웠고, 결과는 승리였다. 통합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는 점과 당의 후광 없이 '인물'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있다는 점을 입증하게 된 만큼 향후 입지가 다시 넓어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다시 국회에 입성하더라도 향후 대권 도전이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통합당이 무소속 인사를 복당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인데다 홍 전 대표의 강한 이미지가 보수 외연 확대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포함해 민주당에서 20년 집권한 서울 광진을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오 후보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으로 서울시장직을 내려놓은 뒤 9년 가까이 이어져 온 정치 공백을 단숨에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치신인이나 다름없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접전 끝 패배했다.

그는 지난 2018년 말부터 지역구를 잡고 1년 넘게 바닥을 다져왔다. 가족까지 총출동하는 등 막바지 선거운동에 총력을 다했다. 그래서 더 뼈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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