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코로나 국가적 위기에 보수야당 정권심판론 안 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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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코로나 국가적 위기에 보수야당 정권심판론 안 먹혔다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0.04.15 2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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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3김 시대 정치 양극화로 정권심판론 작동 안해
17대, 18대, 19대 여당이 과반...20대 보수내전 이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 방송 시청 전 인터뷰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 방송 시청 전 인터뷰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현경 김정인 기자] 이변은 없었다. 막판 총선 프레임이 여당의 코로나 국난 극복을 위한 ‘정권안정론’ 대 야당의 ‘정권견제론’이 맞선 상황에서 여당의 압승을 예상하는 관측이 무성했고, 실제 민심은 여당의 손을 들어줬다. 여당이 압승을 거둘 것이란 관측을 뒤집고 대반전을 일으켰던 20대 총선의 재현을 기대했던 보수의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사실 87년 민주화 이후, 특히 3김 시대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정권심판론’ 또는 ‘정권견제론’이 작동했던 선거는 거의 없었다. 야당의 승리로 끝난 20대 총선 역시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기보다는 고질적인 보수 내부 계파 갈등이 막장 공천 사태로 번지자 실망한 보수 지지층이 투표를 외면한 결과였다. 계파 갈등에 대한 심판이었던 셈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국가적 위기 속에서 치러지면서 모든 이슈가 묻히던 상황이었다. 더구나 정부의 코로나 대응이 세계적 평가를 받는 상황이라 정권심판론이 작동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민심은 국난 극복에 힘쓰는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공천·막말 논란 등 통합당 자책도 원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승리는 코로나 국난 극복을 위해 정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국민 감정이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 이후 거듭된 경제 실정을 부각시키며 ‘정권심판론’을 내세웠고, 선거전 막판 민심 이반에 ‘정권견제론’으로 전략을 선회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투표일 직전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번에 코로나를 틈타 ‘청와대 돌격대’ ‘코돌이’들이 대거 당선되면 국회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나라는 진짜 망하는 것”이라며 민심을 돌리려 했지만 역시 호응은 없었다. 대신 국민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각종 경제 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의 호소에 귀를 기울인 것.

여기에 통합당이 여전히 보수 대안세력으로 국민에게 평가받지 못했다는 점도 패전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보수 세력은 혁신과 통합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다가 선거가 닥쳐서야 졸속 통합에 나섰다. ‘선거용 통합’의 부작용은 공천 잡음과 강성 보수 후보의 선거전 막말 논란으로 이어졌다. 김대호 서울 관악갑 후보가 세대 비하 발언으로 중도하차한 일이나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가 세월호 막말 논란으로 민심 이반을 부른 일은 여전히 혁신하지 못하고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한 보수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통합당은 긴급히 후보를 제명하는 조치로 민심을 돌리려 했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실망감이 확산된 이후였다.

▮총선=정권 중간평가? 정치 양극화 극성

사실 한국의 정치현실은 정권심판이나 정권견제가 통하지 않는 환경이기도 하다. 특히 노무현 정부 출범으로 ‘포스트 3김 시대’가 열린 이후 한국 정치는 진영 간 대결과 정치적 양극화가 지배해 왔다. 노무현 정부에서 치러진 17대 총선, 이명박 정부에서 치러진 18대 총선과 19대 총선은 모두 집권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이는 한국 정치에서 총선이 정권 중간평가가 아닌 현직 대통령, 또는 차기 유력 대통령 후보에 대한 인기투표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2년차에 실시된 17대 총선에서 보수 야당의 대통령 탄핵 시도에 정권 지지층이 결집하며 87년 민주화 이후 최초로 집권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이 없었다면 개헌 저지선마저 무너졌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 해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역시 집권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정권 말기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각했던 19대 총선에서도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이는 차기 대통령 후보로 유력했던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한 지지였다. 차기 정권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후 박근혜 정부 4년차에 치러진 20대 총선도 최소 과반 의석, 더 나아가 180석 또는 개헌선까지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계속된 계파 갈등에 진저리난 보수 지지층이 흩어지고 반면 상대 진영은 결집하면서 집권여당이 1석차로 패배했다. 정권심판이 아닌 진영 대결 심화에 따른 정치 양극화가 낳은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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