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젠 '감성팔이 여의도 정치'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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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젠 '감성팔이 여의도 정치' 끝내야 한다
  • 박지민 기자
  • 승인 2020.04.13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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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정치하는 사람들이 선거 때만 오고 그러니까 조금 불만스러운 부분이 있다. 평상시에도 상인과 구민들 하고 소통을 좀 했으면..." 4.15 선거전이 한창인 한 선거구 현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기자에게 국회의원 선거운동 행태에 대해 이같이 털어놓았다. 그는 한 후보가 선거 유세를 하고 지나간 뒤 "평상시에도 좀 돌봐주었으면 한다. 우리 상인들과 구민들 하고 소통을 좀 했으면 좋겠는데 당선되고 나서는 (소통하지 않는 부분이) 좀 불만족스럽다"고 했다.

놀랐다. 해당 후보가 그 상인에게 인사하고 악수를 청하며 유세할 때 당시 그의 반응이 꽤 우호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세가 끝나고 후보가 떠나간 자리에서 그는 한숨을 쉬며 이러한 상황이 익숙한 듯 선거철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꼬집었다. 옆 가게 다른 상인도 "선거 때만 나오고 대대로 국회의원이 그렇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번 총선은 코로나19 선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선거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들은 코로나19 극복하기 위해 집권여당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해달라고 호소했고, 미래통합당은 코로나19 초기 대응 미흡과 경제위기 등을 문제 삼아 선거공세에 나섰다.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국민을 향해 거대양당을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코로나19를 통한 선거 유세전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기자의 한 지인은 이번 선거를 '코로나를 이용한 감성팔이 선거'라 표현하며 비판했다. 그는 "유세차에서 정치인들이 마이크 잡고 말하는거 보면 그냥 당장 코로나만 이용해 말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지인은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더욱 곤욕을 치러야 했을 것"이라며 "이전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이 악했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대응력과 집권여당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회복된 듯 하다. 통합당도 코로나19를 운운할 것이 아니라 진짜 국민에게 필요한 핵심적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 어필하는 것이 표를 얻는 방법인데 민주당과 같이 코로나19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했다.

'여의도 정치', '여의도 정치인'은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에서 일어나는 정치 상황과 정치인을 이르는 말로도 사용되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를 위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의 의미로도 쓰인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을 위해 입법 활동을 하거나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귀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다는 인식이 만연해진 현실이 씁쓸하기만 할 뿐이다. 또 코로나19와 같은 국민들의 시선을 끌 이슈를 갖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과 공약을 펼쳐야 하지,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성 공약이나 다른 정당을 깎아내리기 위한 정치 공세로 이용해선 안된다. 21대 국회는 소통하고 진정 국민을 위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일하는 국회의원들로 채워진 국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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