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통합당 막말 나비효과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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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통합당 막말 나비효과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0.04.1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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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여당을 몰아붙이던 미래통합당이 잇단 막말 논란으로 인해 궁지에 몰리는 모습이다.  막말도 막말이지만 막말에 대한 대응이 더욱 유권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당초 통합당이 서울 관악갑 김대호 후보와 경기 부천병 차명진 후보를 즉각 제명조치 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사태가 수습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통합당 윤리위는 차 후보에 대해 제명이 아닌 탈당권유라는 결정을 내렸고, 이로 인해 차 후보는 기호 2번을 달고 총선을 완주할 수 있게 됐다.

당장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실제로 제명당한 김 전 후보는 “죄와벌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총선을 앞두고 힘을 합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인지도 의구심이 든다. 차 후보에 대한 탈당권유 징계 배경에 대해 윤리위는 “선거 기간 중 부적절한 발언이 인정되나 상대후보의 ‘짐승’ 비하발언에 대해 이를 방어하고 해명하는 측면에서 해당 언론보도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윤리위 결정이 한심하다”고 노골적으로 윤리위를 비난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잇단 막말 파문을 수습하기 위해 국민들 앞에서 세 차례나 허리를 숙이며 “한 번만 더 통합당에게 기회를 달라”고 했다. 윤리위가 차 후보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김 위원장의 사과는 무색하게 됐다.

총선 승리를 위해 지역구를 누비며 한표를 호소하는 통합당 후보들은 이런 전개에 얼마나 허탈할까. 김 전 후보의 막말 직전 지상욱 서울 중구성동구을 후보자는 “저희가 새벽부터 밤까지 뛰더라도 당지도부에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 나오면 저희가 뛴 노력을 수포도 돌아간다”고 했다. 막말 논란에 국민들의 정치혐오와 피로도는 더욱 높아지고 결국 인물은 볼 생각도 못한 채 뛰어난 인재들이 당선되지 못하고 희생당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소중한 한 명 한 명의 입법기관들이 펴보지도 못한 채 진다면, 잘못된 인물이 국회의원을 하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받게 된다.

막말 논란은 비단 통합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19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선거철 정치권의 막말은 정치혐오를 키워 유권자의 투표 의욕을 잃게 만든다. 특히 젊은층은 막말에 더욱 민감하다. 선거 때마다 젊은층의 낮은 투표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무작정 정치혐오에 빠져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훈계가 뒤따른다. 하지만 정작 누가 젊은층의 정치혐오를 부추기는지, 누가 투표 불참의 원인을 제공하는지 정치권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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