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위기가 현실로…구조조정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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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위기가 현실로…구조조정 칼바람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04.09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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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이달 16일부터 전 직원 70% 이상 6개월간 휴직 돌입
이스타항공,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직원 300여명 정리해고 수순
고강도 자구책도 역부족…운영자금 감안 시 상반기도 버티기 어려워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여객기가 멈춰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여객기가 멈춰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국내 항공업계의 구조조정이 현실화되고 있다. 업계 1위인 대한항공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휴업을 결정했고,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은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전체 직원의 5분의 1 수준의 정리해고를 단행한다. 업계에서는 항공사들의 고강도 자구책에도 국내 항공산업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16일부터 10월 15일까지 6개월간 국내 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실시한다. 직원 휴업 규모는 전체 인원의 70%를 넘는 수준이다. 대한항공이 대규모 휴업을 결정한 것은 창사 50년 만에 처음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하늘길이 막히면서 국제선 운항 횟수가 평상시 보다 90%가량 급감해 경영 악화에 직면했다. 현재 보유 여객기 145대 중 100여대가 운항하지 못하고 공항에 그대로 세워져 있는 상태다.

국적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도 이달부터 전 직원이 15일 간 무급휴직을 시행 중이다. 운영 인력도 절반으로 줄였고, 임원 급여 역시 반납하며 비용절감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전체 72개 국제선 중 24개 노선만 운항 중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매각작업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불발설이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국제선 대부분이 ‘셧다운’된 LCC들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스타항공은 전체 직원의 5분의 1 수준인 300여명을 구조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항공사에서 대규모 정리해고가 이뤄지는 것은 이스타항공이 처음이다. 

자금난에 빠진 이스타항공은 이미 항공기 23대 중 2대를 리스사에 반납했으며, 추후 8대도 추가로 반납할 예정이다. 또 2월 임직원 급여를 40%만 지급한데 이어 3월 급여는 아예 지급하지 못했다. 지난달 30일에는 1~2년차 수습 부기장 80여명에 대해 이달 1일자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을 통보하기도 했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등 나머지 LCC들도 최소 절반에서 많게는 거의 대부분의 직원이 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사실상 대규모 인력 감축을 막기 위해 시간을 벌고 있는 셈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항공사 별로 대규모 유‧무급휴직을 시행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보다 경영난이 더 가중되면 결국에는 이스타항공처럼 나머지 LCC들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인력 구조조정 수순에 돌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항공사들의 자체적인 노력만으로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3월 넷째 주 국제선 여객 수는 7만8599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5.5% 급감했다. 지난달 국내·국제선을 합한 항공여객 수는 174만3583명으로 지난 1997년 1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20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국내 항공사의 국제선 운송 실적을 기준으로 피해 규모를 산출한 결과 올해 상반기 매출 피해는 최소 6조4451억원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올해 상반기를 버티기 힘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항공사들은 매출 급감에 따른 자금경색을 겪고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임직원 급여 삭감, 대규모 운휴, 무급휴직, 희망퇴직, 권고사직, 추가 자금조달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상반기를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도 공항관련 비용의 납부 유예, LCC 금융지원을 발표했지만 항공사들의 최소 운영자금을 감안할 때 1~2개월 더 버틸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현재의 비정상적인 운휴 상황을 고려하면,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을 통해 항공사의 자금경색을 완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정부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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