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진퇴양난’ 키코사태, 윤석헌 마무리 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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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진퇴양난’ 키코사태, 윤석헌 마무리 지어야
  • 박수진 기자
  • 승인 2020.04.0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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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소멸시효가 지난 키코사태를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졌다. 작년 말 금융감독원의 배상 결정 이후 해당 은행들이 배상조정안의 수용 여부를 미루고 있어 논란만 남긴 채 흐지부지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취임 초부터 키코 배상을 주도해왔던 윤 원장은 감독기관 수장으로써 체면을 구기게 된 셈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그러나 약정한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상품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가입했던 중소기업들이 큰 피해를 봤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작년 12월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 6곳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이 150억원으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순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분쟁 조정을 수락해 배상금 지급을 끝낸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피해 기업인 일성하이스코의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신한·하나·대구은행은 지난 6일 네 번째 입장 회신 기한 연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해당 은행들의 배상안 수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미 12년 전 해당 사건과 관련해 공정위와 검찰, 대법원이 은행들의 손을 들어주며 사건은 종결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2008년 7월 키코 계약이 약관법상 불공정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고, 검찰도 2012년 5월 키코 판매 은행의 사기 혐의에 대해 최종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대법원도 2013년 9월 불공정성과 사기성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일부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는 사실만 인정했다. 

이에 따라 당시 23개 기업이 평균 26.4%의 배상 비율로 총 105억원의 배상금을 받았다. 이미 손해배상 시효(10년)가 지난 강제이행이 불가능한 만큼 은행들이 금감원의 권고를 수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배상을 통해 원금손실 우려가 있는 상품에 은행이 배상을 해주는 게 당연시되는 점도 문제다. 파생상품으로 손실을 보면 무조건 은행 책임이라는 인식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주주 입장을 살펴야 하는 은행에겐 배상 자체가 경영상 신뢰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다음달에도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를 연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진척 없는 조정안 수용 여부와 관련해 윤 원장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윤 원장의 입장이 없다 보니 키코 배상과 관련해 희망을 가졌던 피해 기업들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다. 

최근 일각에서는 윤 원장의 교체설마저 돌고 있다. ‘라임 사태’ 등으로 금감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원장이 자신이 주도해 온 키코 사태 만큼은 제대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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