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대출’로 집 사면 1~2억 상승해도 답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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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 대출’로 집 사면 1~2억 상승해도 답 없다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4.08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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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억 아파트 1금융서 5억·2금융서 2억 빌려 샀다면…
대출 이자‧보유세‧양도세 빼고 나면 남든 돈 별로 없어
커지는 상환 부담에 영끌족 매물, 경매 쏟아질 가능성 커
아파트 분양 견본주택을 찾은 내방객들이 분양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파트 분양 견본주택을 찾은 내방객들이 분양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최근 몇 년간 집값이 치솟으면서 ‘영끌대출(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이라도 해서 집을 사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던 30대가 상투를 잡은 형국이다. 가능성이 크지 않으나 가격이 1억~2억원 정도 상승한다고 해도 이들에게 남는 건 사실상 별로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전세금 4억원에 10억원을 영끌대출로 받아 지난해 8월경 ‘마포래미안푸르지오’를 매매했다가, 양도소득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2021년 8월에 1억원의 차익금을 내고 팔았다고 가정하면 실익은 사실상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1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 40%를 인정받아 금리 3% 30년 만기로 4억원을, 2금융권에서 나머지 6억원을 3.9% 금리로 5년 만기로 해서 대출을 받았다면 연간 이자로만 1866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총 3733만원이 이자로 사라지는 셈이다.

보유세로는 올해 약 315만원, 내년 약 370만원씩 총 685만원이다. 여기에 양도소득세 500만원, 중계수수료 1260만원, 중도상환수수료 1000만원(1금융 1.0% 400만원, 2금융 1.0% 600만원), 이사비용 100만원 등을 모두 합하면 7277만원이다.

집값이 1억원이 올랐어도 순수하게 벌어들인 이익은 2723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출 원리금으로 매달 1271만원, 연간 1억525만원을 지출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득은 더 줄어들 수 있다.

맞벌이 부부가 이를 감당하려면 각각의 연봉이 8000만원을 웃돌아야 한다. 이는 2인 가구 최저 생계비(89만7594원)를 기준으로 했을 때다. 각종 공과금을 더하고 돈에 쪼들리지 않게 삶을 영위하려면 부부합산 연봉이 2억원을 훌쩍 넘어서야 한다.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를 구매한 30대의 연봉 수준이 모두 이렇지는 않으리라고 보인다. 그나마 집값이 상승기이고 경제도 호황이었다면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어도 가족이나 지인 등에게 돈을 빌려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적인 경제난에 봉착하면서 임금삭감이나 유급휴직, 구조조정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예·적금을 깨는 사람들이 증가 추세인 것도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2월 2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등 6개 은행의 ‘예·적금 중도 해지’ 건수는 총 113만2294건, 액수는 12조7519억원에 달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91만1634건, 9조5560억원과 비교해 건수로는 22만660건(24.2%), 액수는 3조1959억원(33.4%)이 늘었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2월 20일 전후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예·적금 중도 해지 규모가 1년 전 같은 기간 17만2521건, 1조7068억원에서 올해 20만4476건, 2조3877억원으로 각각 19%, 40% 늘었다. 국민은행은 21만8900건, 3조4000억원에서 24만7200건, 4조4514억원으로 각각 13%, 31% 늘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집값은 내림세이고 주담대 금리는 오르고 있다”면서 “현재 여건으로 미뤄 봤을 때 많은 30대 ‘영끌족’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이들이 소유하고 있던 집들이 경매 시장에 쏟아지면 시장은 큰 혼란을 빚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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