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P “망 이용대가 내야” vs 넷플릭스 “트래픽 충분히 줄일 수 있어”
[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넷플릭스가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ISP)인 통신사들과의 망 이용대가 갈등에 대한 해법으로 ‘오픈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 알리기에 나섰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중재하기 위한 재정안을 다음달 중 처리할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8일 “영상 콘텐츠의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트래픽(데이터 전송량)에 대한 콘텐츠 공급자와 ISP의 고민이 늘고 있다”며 “소비자와 ISP 모두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오픈 커넥트를 2012년부터 구축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홍보에 나섰다.
이는 지난해 11월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의 국내 트래픽이 급격히 증가한 데 따라 비용 부담이 증가했고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 관련 협상에 임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을 담아 방통위에 제기한 재정 신청에 대한 넷플릭스의 답변이기도 하다. ISP와의 협상에 적극 임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오픈커넥트를 제안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ISP에 2016년 한국 서비스 출시 이전부터 오픈커넥트 적용을 반복적으로 제안했다”며 “국내를 포함 전 세계 1000곳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넷플릭스 사용자경험을 향상시키고 통신사 트래픽을 현격히 감소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가 무상 제공하는 오픈커넥트는 ISP의 네트워크에 캐시 서버를 설치하고 회원들이 자주 시청하는 콘텐츠를 새벽 시간대에 미리 저장해두는 이른바 ‘새벽 콘텐츠 배송’이다. 넷플릭스 회원과 가까운 곳에 저장해둔 콘텐츠를 스트리밍 해 관련 트래픽을 낮추고 원거리 데이터 전송 비용 절감, 더 빠른 속도의 고품질 영상 제공 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캐시 서버를 활용한 여타 콘텐츠 전송 기술과의 차별점은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가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스트리밍해 즐기는 단방향 형태, 국가별 회원들의 주요 시청 시간대와 콘텐츠 예측 가능성 등이다.
넷플릭스는 해외로부터 서비스 국가까지 콘텐츠를 미리 옮겨두는 오픈커넥트 관련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등 일체를 ISP에 무상으로 지원해 트래픽을 줄이고 소비자 만족도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이익인 ‘윈-윈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국내 통신업계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부터 해외 기업인 페이스북까지 캐시서버 운영과 별도로 망 이용료를 부담하고 있다며 넷플릭스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현재까지 넷플릭스와 계약·협업 관계에 있는 국내 ISP는 LG유플러스, LG헬로비전, 딜라이브 3곳이다.
넷플릭스는 이미 인터넷 가입자들이 망 이용대가로 통신료를 내는데 콘텐츠 공급자(CP)에게도 이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 납부며 오픈커넥트 등을 통해 망 부담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페이스북이 과거 국내 ISP와 망 이용을 두고 이견을 보일 당시 내세웠던 논리와도 동일하다.
한편 방통위는 업무일 기준 90일 이내로 규정된 재정 검토 기간에 따라 오는 5월 23일까지 해당 안건을 처리할 방침이다. 이미 양 사업자의 주장 근거에 대해 답변서와 보완 설명을 요청·취합했으며 기한은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하다. 방통위는 기 망 이용대가 협상 관련 내용을 담은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을 이번 재정안에 반영할 예정이다.
만약 넷플릭스가 재정안에 불복할 경우 민사적 성격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행정처분과 같은 강제성 수준을 갖지는 않지만 결과에 대한 거부는 소송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