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파워] 위기를 기회로…김인규의 ‘뚝심’, 하이트진로 맥주 사업 숙원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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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파워] 위기를 기회로…김인규의 ‘뚝심’, 하이트진로 맥주 사업 숙원 풀었다
  • 김아라 기자
  • 승인 2020.04.08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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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 5년째 적자 맥주 사업 타개 R&D 1천억 투입 등 ‘테라’ 올인
‘테라’ 반응 폭발에 뉴트로 감성 소주 ‘진로이즈백’ 대박…공장 풀가동
코로나19 여파 속 성장 유일…올해 맥주 사업 흑자 전환 전망 ‘맑음’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하이트진로는 이번 신제품(테라) 출시로 어렵고 힘들었던 맥주 사업의 마침표를 찍고자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재도약의 틀을 마련할 겁니다.”

지난해 3월 열린 테라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김인규(사진) 하이트진로 대표가 강조한 말이다. 그가 던진 말은 결코 보여주기 위한 식이 아닌, 현실이 됐다. 김 대표가 ‘필사즉생’의 마음으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테라’가 제대로 터진 것이다. 테라가 출시 후 100일 만에 1억 병 넘게 팔리는 등 맥주 시장 ‘성공신화’로 불리면서, 마침내 김 대표는 오랜 숙원이던 맥주사업 과제를 보기 좋게 풀어낸 모습이다.

김 대표는 지난 1989년 10월 하이트맥주에 입사해 2010년 부사장, 이듬해 사장을 역임했고 2011년부터는 하이트진로 영업·관리총괄 사장직을 맡아온 정통 ‘하이트진로’맨이다. 영업과 생산 현장에서는 그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업 추진력이나 정무적 감각도 뛰어나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그에게도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었다. 바로 맥주 사업이다. 소주 ‘참이슬’이 견고한 실적을 내고 있었지만 2014년 영업적자로 돌아서 5년 연속 손실을 기록한 맥주 사업의 부진은 그에게 ‘아픈 손가락’이었다.

1996년부터 시장 점유율 50~60%대를 유지하면서 국내 맥주 시장에서 선두를 달려온 하이트진로는 시장 점유율이 점점 하락하다 2011년부터 50% 이하로 떨어졌고, 결국 오비맥주에 1위까지 내줬다.

하지만 김 대표는 맥주 사업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맥주 사업 부진 속에서도 반등을 위해 5년간 연구개발(R&D) 비용으로만 약 1000억 원을 투입하고 전주 공장을 ‘테라’ 생산 전담 공장으로 전환하는 등 반전을 위한 준비 태세를 갖췄다. 장수 브랜드 하이트를 버릴 각오까지 무릅쓸 정도로 신제품 테라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2019 전주가맥축제.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2019 전주가맥축제.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지난해 3월 야심 차게 등장한 ‘테라’는 김 대표의 노력을 헛되지 않게 했다. ‘테라’는 출시 39일 만에 100만 상자를 돌파하며 맥주 브랜드 중 가장 빠른 판매 속도를 기록했다. 이후 100일 만에 334만 상자가 팔리면서 1억139만 병 판매 기록을 달성,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시장 점유율 또한 2019년 1분기 22.5%에서 4분기에는 27.8%까지 올라왔다.

습관처럼 바꾸기 쉽지 않은 술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린 테라 인기 비결은 ‘맛’이었다. 김 대표는 진한 에일맥주 일색인 수제 맥주나 텁텁한 수입 맥주들과 차별하고자 했다.

김 대표는 기획 단계에서 한국인 식습관에 맞는 분야인 ‘라거’에 집중하고 그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후 세계 공기 질 1위 지역인 호주의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수매한 맥아만을 100% 사용하고, 발효 공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리얼 탄산만을 100% 담아 차별화를 시도했다. 100% 리얼 탄산 공법은 라거 특유의 청량감이 강화되고 거품이 조밀하며 탄산이 오래 유지된다.

김 대표는 라거 특유의 청량감과 깔끔한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십 번 이상의 주질 개발과 2200여 명 규모 소비자 테스트를 반복했다. 그 결과, ‘밍밍하고 라이트’한 특유의 청량감은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했고, 테라는 다양한 수제 맥주와 수입 맥주의 대항마로 단숨에 떠올랐다.

독특한 디자인 역시 인기에 한몫을 보탰다. 김 대표는 청정 콘셉트를 가장 잘 표현하는 ‘그린’을 브랜드 색깔로 정했다. 또한 병 어깨 부분에는 토네이도 모양의 패턴을 적용했다. 휘몰아치는 라거의 청량감을 시각화한 것이다.

진로 포스터.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진로 포스터.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테라는 김 대표 숙원인 맥주 사업만 해결한 것이 아닌, 압도적인 시장 1위를 지키는 소주 시장을 공고히하는 버팀목이 됐다.

테라는 ‘소’맥’(소주+맥주)에 만들어 마시기 딱 맞게 설계된 맥주라는 호평을 받았고, 전국 식당과 술집에서는 “테슬라 주세요.” “태진아 주세요.”라는 말이 쉴 새 없이 들려왔다. 테슬라는 맥주 ‘테라’와 소주 ‘참이슬’을 합친 말이고, 태진아는 테라와 소주 ‘진로이즈백’을 더한 신조어다.

테라에 이어 김 대표가 지난해 4월 출시한 소주 신제품 ‘진로이즈백’은 출시 2개월 만에 1년 목표치를 넘어섰고 7개월 만에 판매량 1억 병을 돌파하는 등 테라 돌풍의 뒤를 잇고 있다.

단순히 뉴트로 트렌드를 쫓기 보단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제품력과 완성도를 높이고 소비자 접점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을 한 것이 기존 4050대뿐 아니라 2030대까지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테라 생산 중인 모습.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테라 생산 중인 모습.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코로나19로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하이트진로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어 업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심지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2월 이후 국내 총 주류 소비가 줄고 있지만 하이트진로는 판매량이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며 “지난달 맥주와 소주 부문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5%, 13%씩 성장했으며 테라는 3월 들어 판매량도 반등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하이트진로는 ‘테라’와 ‘참이슬’, ‘진로이즈백’이 불티나게 팔려 공장 풀가동 중이다. 하이트진로 측은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외식 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한 것은 사실이지만 테라와 진로 재고 보유 차원에서 공장 가동률은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1분기 252억 원 적자를 기록한 하이트진로가 시장 점유율 확대와 가동률 상승으로 올해 1분기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하이트진로는 매출 4970억 원(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 영업이익 296억 원(흑자 전환)을 올릴 것으로 점쳐진다.

요즘 부쩍 감회가 남다른 김 대표는 기쁘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그에게 2020년은 숙원 ‘맥주 사업’ 성장세를 지속해야한다는 과제도 두 어깨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테라 신제품 출시 효과가 끝나는 만큼 제품 경쟁력 자체로 소비자 선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리스크에도 테라 성공신화를 지속하며 8년여간 잃어버렸던 맥주부문 1위 왕관을 재탈환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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