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생산·자금 ‘3중고’…한국 경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상태바
소비·생산·자금 ‘3중고’…한국 경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 문수호 기자
  • 승인 2020.04.06 15: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위축·생산감소·자금조달 등 세 가지 요인, 기업 압박해
모든 체감경기지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하락
4월 회사채 만기 물량 역대 최대…채권시장서 4월 위기설
기업 체감경기지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하락했다. /연합뉴스 제공
기업 체감경기지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하락했다. /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전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경제도 소비위축·생산감소·자금조달이라는 세 가지 난관에 부딪히며 기업운영에 애로사항이 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캠페인과 사람 간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는 유례없는 소비위축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소비위축과 더불어 기업 내 감염공포로 인한 생산 시설 셧다운은 곧 생산 감소와 현금 유동성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기업의 체감경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을 보인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 실적치는 65.5를 기록하며 2009년 2월 이후 13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4월 경기전망치 또한 59.3으로 지난 2009년 1월 이후 135개월 만에 최저치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조사한 2분기 체감경기 역시 비슷하다.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는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분기 제조업체 BSI를 조사한 결과 2분기는 1분기 대비 18p 하락한 57로 집계돼 2009년 1분기 55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체감지수 하락의 주된 이유는 전세계적인 사람과 물류의 이동제약으로 소비위축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수요가 감소하고, 세계 각지에서 조업 차질을 겪으면서 공급 차질까지 빚으며 최악의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실제 소비자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 역시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78.4로 전월 대비 18.5p 하락해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기업의 매출 감소와 생산 차질은 기업의 자금 회수를 차단하고 있다. 자금 선순환이 깨지면서 자금 경색이 나타나 실물-금융 간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가 형성돼 체감경기의 반전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4월 만기 회사채 규모는 총 6조5495억원 규모로 1991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규모다. 또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3월 대기업 대출 규모도 71조3388억원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이다. 산업은행의 회사채 인수 프로그램 지원 규모는 1조9000억원인데 4월에만 절반가량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6조50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최근엔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의 대출이 은행권으로 몰리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발행을 통한 직접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최근 금리 인하 영향도 있다.

문제는 은행 대출이 늘어나면 정상화 이후에도 부실 리스크가 커지는 등 기업의 재무 사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위험 산업군에 대한 신용등급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실기업이 부도가 나기 시작하면 금융권에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며 “뇌관이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