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글로벌 경제공황들이 남긴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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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글로벌 경제공황들이 남긴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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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4.0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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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규 공학박사(기술경영학)
김휘규 공학박사(기술경영학)

지난 100년 동안 인류는 몇 차례 경제위기를 경험했다. 지엽적이고 단기적인 경제침체와 달리 글로벌 경제위기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동일시기에 장기간 경제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상황을 맞이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경제 상태나 시스템이 공황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글로벌 경제위기의 사례를 살펴보면 1929년 시작된 대공황,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발생한 글로벌 경제위기, 1997년 발생한 동아시아 외환위기, 2007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대침체(Great Recession) 등이 대표적이다.

대공황(Great Depression)은 1929년부터 1930년대까지 지속된 세계적인 경기침체 현상을 말한다. 1929년 10월 미국 월스트리트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시작된 대공황은 1차 세계대전 이후 과잉되었던 세계경기가 한계점에 이르면서, 자유방임 상태였던 자본주의의 한계가 드러난 사건으로 인지되고 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학술적으로는 당시 대공황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 다만 결과론적으로 정부의 자본시장에 대한 통제와 인위적인 지출과 수요를 통한 경기회복이 가능하다는 케인즈주의(Keynesianism)가 주류로 떠오르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다.

1973년 당시 다수의 OPEC 소속국가들이 산유량을 줄이고 원유 가격을 인상하면서 발생한 오일쇼크는 전세계 경제에 말 그대로 충격으로 다가온 사건이다. 특히 값싼 유가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누리던 선진국들과 중화학공업 중심 경제발전을 추진하던 개발도상국 국가들은 엄청난 경제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 몇 차례의 오일쇼크 결과 전략물자로서 석유의 중요성이 확실히 각인되고, 국제유가 변동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각종 대응방안들이 정립되었다.

우리에게는 일반적으로 ‘IMF사태’로 불리는 1997년 외환위기는 다수의 동아시아 국가에서 발한 외환유동성 문제로 촉발된 경제위기 사태로 아시아 금융 위기로 불린다. 당시 동아시아국가들은 외채를 이용한 투자 및 자국통화 평가절하를 이용한 수출증대 등을 꾀하고 있었는데,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이자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이를 단기외채로 대처 및 재투자하는 과정에서 회수불능 상태가 도미노처럼 확산된 것이다. 동아시아 금융위기는 궁극적으로 아시아 시장의 개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07년 미국 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는, 전형적인 투기시장 붕괴의 전형이다. 당시 미국은 경기부양을 위하여 초저금리 상태를 유지하였고, 이는 대출확대 및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주택 수요한계로 집값이 하락하자,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는 경우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또한 모기지채권을 다른 채권과 묶어 판매한 덕에 연쇄적인 금융자산의 가치하락이 시작되었다. 그 결과 미국뿐만 아니라 미국경제와 밀접한 관계에 있던 많은 국가들의 경제가 급속도로 침체되었다.

지난 100년간 발생했던 여러 글로벌 금융위기들은 몇 가지 동일한 결과를 가져옴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자산가치의 하락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글로벌 경제위기는 자산가치의 하락을 유발 시킨다. 특히 부동산 등의 가치하락이 도드라진다. 때문에 특정 자산에 대한 집중투자나, 이의 획득을 위해 과다한 차입을 발생시킨 경우 리스크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둘째 자산가치의 하락은 시장 내에 공급물량의 증가로 이어지면서 여유자본을 확보하고 있는 쪽이 매우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 진다. 싼 가격으로 가치가 낮아진 자산들을 매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는 비단 개인,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차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현상이다. 때문에 경제위기 이후 회복기에는 여유자본의 확보여부가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요인이 된다.

매우 모순적이긴 하지만 케인지주의 관점에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 중심의 투자와 배분을 진행한 결과가 반드시 성공적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위기가 끝난 이후 회복기에 국가 경제의 재성장을 이끌만한 여유자본의 확보가 불분명해 진다면, 또 다른 경제위기의 배경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궁극적으로 위기극복을 위해 국가가 직접적으로 배분하는 재화의 원천이 결국은 세금이기 때문이다.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우물의 물을 마구 퍼내면 그 우물은 결국은 말라버리기 마련이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우물을 확보하지 않는 한 모두가 목마름에 시달리며 고통 받을 뿐이다.

중국에서 발생한 우렴 폐렴의 여파로 다시 한 번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공포가 목전에 다가와 있다. 당장 국내 경기를 일시적으로 회복시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중장기적인 접근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음은 두말한 나위가 없을 것이다. 다만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따르고 있는 우리에게 결코 마르지 않는 재화의 우물이 없다는 사실 만큼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눈앞으로 다가온 선거라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더더욱 합리적인 판단과 절제와 조율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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