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발 전세 급락… 전세시장 파장 분다
상태바
강남발 전세 급락… 전세시장 파장 분다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4.06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맷값·전셋값 동반 하락 현상 나타나… 일부 단지선 급전세 속출
최근 10억원에 거래됐던 잠실엘스 전세 8억원대로 2억원 하락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소 벽면에 급전세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서울 집값이 내림세를 보이자 급전세가 속출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광범위한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은 전주보다 0.05%, 0.03%, 0.01% 소폭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지난 2월 말부터 살펴보면 하락세가 완연하다.  

강남은 2월 24일 0.10%, 3월 2일 0.07%, 3월 9일 0.06%, 3월 16일 0.08%, 3월 23일 0.07%, 3월 30일 0.05%로 소폭 등락을 반복했지만 한 달 사이 변동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서초(0.07%, 0.07%, 0.08%, 0.08%, 0.10%. 0.03%)와 송파(0.01%, 0.02%, 0.05%, 0.02%, 0.06%, 0.01%)는 줄곧 소폭의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달 말 들어선 변동률이 급감했다.

실제로 강남 3구의 공인중개업소에선 세입자를 급히 찾는 광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면적 84.88㎡는 지난달 13일 10억원에 거래됐으나 이날 현재 8억원 대 급전세 매물이 올라와 있다.

잠실의 또 다른 대장주 아파트인 레이크팰리스 전셋값은 지난달 7일과 9일 10억원에서 불과 일주일 사이 2억원이나 급락한 가격에 거래됐다. 현재 급전세의 호가 역시 8억원 후반대에 형성되어 있다.

서초구 반포동의 상황도 비슷했다. 반포자이 84.94㎡는 지난 2월 평균 15억원에 거래됐다가 지난달 2일 13억5000만원, 12일 12억5000만원, 16일 11억6000만원으로 가장 큰 낙폭을 보인 후 30일 14억5000만원으로 반등했다. 현재 최저 호가는 13억5000만원이다.

집값과 전셋값의 동반 하락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 나타났던 위험 신호다. 매매와 달리 전세는 반드시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 전세는 사실상 세입자에게 2년 만기 대출을 받은 것과 같은 구조여서다.

당장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전셋값이 전보다 떨어지면 집주인은 대출을 받거나 집을 급매로 처분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집주인이 파산 등으로 집을 경매로 넘기면 세입자는 전셋값 일부를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전세자금대출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김세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와 고제헌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2018년 내놓은 ‘한국의 전세금융과 가계부채 규모’ 논문을 보면 전세부채 규모는 보수적 가정하에라는 단서를 붙였음에도 750조원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금리 인상과 집값·전셋값 하락 등 대내외 충격, 정책실패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면 대규모 금융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더욱이 기준금리는 0%대로 낮아졌음에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52%로 두 달째 상승 중이어서 무리하게 갭투자에 나섰던 집주인들의 위험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통상 주담대 금리는 금융채 금리와 연동된다. 

금융채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됐지만 최근 코로나19로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융채 가격이 내려갔다. 금융채 가격이 내려가면 금리는 오른다. 이달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는 1.559%로 2월 말 1.333%에서 상승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주담대 금리는 더 오를 전망이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몇 년간 집값과 함께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당분간 하락 추세가 이어져도 어느 정도 버틸 여력이 있다”면서도 “조정이 길어져 서울 전역이 영향을 받으면 심각한 역전세난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 역시 “수요는 없고 급매물이 늘어나는 상태가 몇 달 더 지속되면 본격적으로 가격 하락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미 ‘시한폭탄’은 돌고 있는 셈이다. 갑작스럽게 전세 시대의 종말을 보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