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바뀌는 삶…전 세계 '디지털화폐' 논의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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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에 바뀌는 삶…전 세계 '디지털화폐' 논의 급물살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4.0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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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현금 사용 '뚝'...한은도 "파일럿 테스트" 결단
눈치게임 나선 美·中...불안정한 통화가치에 신흥국도 가세
코로나19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디지털화폐 발행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코로나19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디지털화폐 발행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촉매제가 됐다.

세계 경기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맥을 못추고 휘청거리는 가운데 일부 국가는 시중 통화 유동성을 높이고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는 정책을 펼치는 중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각국 중앙은행이 위기대응 수단으로 서둘러 디지털화폐(CBDC)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6일 한국은행은 디지털화폐 발행을 검토하기 위해 내년 1월부터 1년간 파일럿 테스트에 돌입한다고 천명했다. 세계 각국에서 CBDC 발행 경쟁이 불붙자 관련 연구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동전과 지폐 등 '현금'이 화폐로서 절대적 수단이 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도 디지털화폐 발행 논의에 불을 붙이고 있다.

세계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전세계 주요국에서 지폐·동전 등 현금 사용은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폐·동전을 매개로 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과 사회적 거리 두기, 은행 지점 등 영업점 봉쇄로 한국 뿐 아니라 영국·독일 등 주요국에서 이같은 현상이 심화되는 중이다.

BIS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이달 들어 소액결제용 CBDC를 포함해 높은 복원력과 접근성을 갖춘 중앙은행 운영 지급결제 인프라의 출현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침체된 세계 경제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이 CBDC를 발행하면 지금보다 더 다양한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다"며 "당장 사람들이 소비를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될 경우 현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방법도 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주장은 미국에서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CBDC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지만 발행에 신중한 미국도 의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부양책을 추진하면서 ‘디지털 달러’를 만들어 개인들의 전자지갑에 자금을 신속히 공급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크로스토퍼 지안카를로 전 미국 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은 디지털달러의 필요성을 내세우며 “CBDC가 잠재적으로 정교한 재정정책 운용과 통화위기 대응을 위한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은 미국보다 적극적이다. 

CBDC 발행을 천명한 중국의 리리후이 전 인민은행장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비접촉 전자결제 확산이 중국에서 디지털화폐 발행 및 사용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판 CBDC인 ‘DCEP(Digital Currency and Electronic Payment)’ 개발에 한창이다. 남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시장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할 때 중국은 디지털화폐를 활용해 더 다양하고 효율적인 통화정책을 펼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현재 알리바바 등 일부 민간기업과 함께 DCEP 개발을 완료하고 관련 논의에 나섰다.

결과도 속속 나온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각) 중국 온라인 매체 후롄마이보 등에 따르면 알리바바 계열 모바일결제 플랫폼 알리페이는 최근 두 달간 DCEP 관련 특허 5건을 공개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가 적극적인 모습이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3월 27일 CBDC 발행에 앞서 시범운용을 수행할 사업자를 모집한다고 홈페이지에 공고했다. 이번 시범운용 프로젝트는 CBDC 잠재력을 탐구하고 유로존 내 디지털화폐 도입 논의 기여가 목표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화폐 설계와 영향, 운영 등 CBDC 관련 모든 측면을 연구한다. 시장 인프라와 통화 정책, 거시 경제적, 법률·규제 프레임워크 등에 CBDC가 미칠 잠재적 영향도 함께 조사할 계획이다.

세계 금융안정성을 따지며 눈치게임에 나선 선진국과 달리 신흥국은 CBDC 연구·발행에 더욱 적극적이다. 통화 가치 안정화를 꾀하고, 전통 금융인프라가 탄탄한 국가와 갭을 줄여 경제혁신을 이루려는 목적이다.

신흥국 중 가장 선제적으로 CBDC 발행에 나선 곳은 캄보디아다. 캄보디아는 중국을 제치고 CBDC를 최초로 공식 발행하는 국가가 되겠다는 선포를 했다. 코인데스크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 국영은행(NBC)은 자국 CBDC 개발사업을 ‘바콩’으로 명명하고 발행 준비를 일부 마쳤다.

이 외에도 바하마는 2019년 12월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CBDC를 시범 발행했다. 바하마는 2020년 안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관련 법규를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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