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1위 수성 vs SKT·LGU+ 추격… 점유율·가격 셈법 복잡
[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케이블TV 사업자의 연이은 매각이 가시화 되면서 유력 인수 대상자인 통신·IPTV 업계의 ‘눈치싸움’이 본격 시작됐다.
5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은 유선방송사업자(SO) 현대HCN의 방송·통신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매각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방송·통신 사업부문을 떼어내 존속법인 현대퓨처넷과 신설법인 현대HCN으로 분할한다는 계획이다.
현대퓨처넷이 분할 신설회사의 주식 100%를 보유하는 단순·물적 분할 방식으로 현대퓨처넷 은 상장법인으로 남고 기존 사명을 사용하게 된 신설 자회사 현대HCN 비상장법인이 된다. 분할기일은 오는 11월 1일이다. 다만 진행 과정에서 정부 인허가 문제로 매각이 불허·지연되거나 매각 조건 등이 주주가치에 부합되지 않을 경우 매각을 철회할 방침이다.
케이블TV 5위 규모의 SO인 현대HCN 매각이 공식화 되면서 통신업계의 움직임에 이목이 쏠렸다. 통신사는 보유한 IPTV 사업에 더해 케이블TV 인수를 통한 가입자 기반 강화를 꾀하고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우위를 노릴 수 있다. 앞서 3위 SO 딜라이브도 자회사 IHQ가 보유한 큐브엔터테인먼트 지분 매각을 통해 몸값을 낮추는 작업에 착수한 바 있으며 4위 CMB 매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1위인 LG헬로비전(당시 CJ헬로) 지분 인수를 통해 점유율 약 24.6%로 유료방송 2위로 올라섰고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TV 2위 규모의 티브로드 합병을 오는 30일까지 완료, 점유율을 23.9%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여기에 추가 SO 인수가 이뤄질 경우 점유율 약 31.2%로 1위인 KT를 위협할 수 있게 된다.
이에 KT는 채권단의 매각이 기정사실화 돼 있는 딜라이브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인수를 통해 점유율 1위 사업자의 격차를 확고히 할 수 있지만 독점적 사업자 지위 때문에 정부의 눈치도 봐야 하는 복잡한 입장에 놓여 있다. 시장 점유율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게 규정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일몰됐지만 여전히 관련 논의가 국회에서 마무리되지 못했고 심사 과정 등에서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구현모 신임 KT 대표는 신규 사업자 인수보다 자체 유료방송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자 기반 강화 외에 비용 대비 별도의 망 사업자 인수에 따른 시너지(상승효과)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KT로써는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의 추가 인수에 따른 추격도 좌시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있는 SK텔레콤이 티브로드에 이어 추가 인수할 경우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의 영향력까지 고려할 때 KT로써는 위협을 느낄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에는 LG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비용 대비 큰 효과를 얻은 만큼 굳이 추가 인수에 나설 확률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장 먼저 인수전 물꼬를 튼 LG유플러스-헬로비전 진영은 이미 U+ TV의 IPTV 콘텐츠를 헬로TV에 적용하거나 5G 상품을 헬로모바일 알뜰폰에 적극 제공하는 등 시너지 창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신사나 케이블TV SO 모두 셈법은 복잡해졌다. 업계에서는 KT 또는 SK텔레콤 측이 가격 경쟁력에 따라 현대HCN을 인수하고 가격이 낮아진 딜라이브를 다른 사업자가 품게 되거나, KT가 확실한 1위 수성을 위해 딜라이브 인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헐값 매각’을 꺼려온 딜라이브 채권단도 현대HCN의 가격에 영향을 받을지, 마지막 매물로 가격 협상에 들어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1~2위 케이블 SO 인수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남은 사업자에 대한 인수 매력도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실제 시너지 창출보다 경쟁사의 인수가 불편하기 때문에 눈치싸움을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