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면 어때? 레버리지 펀드로 돈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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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면 어때? 레버리지 펀드로 돈 몰린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4.05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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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 손해 감수하고 단타성 고수익 펀드 기웃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주식형 펀드시장에 고수익을 노리는 개미들의 돈이 레버리지 펀드로 쏠리고 있다. 공모펀드 시장은 설정액이 50억도 안되는 이른바 '깡통 펀드'가 속출하고 있다.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만들어낸 펀드시장의 풍경이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레버리지 펀드의 설정액은 11조2082억원으로 전달 대비 4조4211억원(65.1%) 증가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레버리지 펀드의 설정액은 6조원 대에 머물러왔다. 지난달 한 달간 설정액이 급증한 것이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지난달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펀드 거래량은 13억656만건이었으나 이번 달 거래량은 64억724만건으로 약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폭락하자 저가매수 기회를 잡으려는 개인투자자들이 높은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레버리지 펀드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달은 코로나 쇼크로 국내외 증시가 본격적으로 폭락하기 시작한 기간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펀드가 장기적 관점의 투자 상품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장기투자 시 인덱스 펀드보다 수익률이 나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레버리지 펀드는 단타매매 성격이 짙다. 지수가 계속해서 상승하지 않으면 손해가 더 커진다. 장기적으로 이 과정이 계속해서 반복되면 일반 펀드보다도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레버리지 펀드는 주가의 변동성이 높을 때 장기 투자용으로 선택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이라며 “일반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할 경우 일반 인덱스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 2일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묻지마식 투자’와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공모펀드 시장은 사모펀드에 치이고 직접투자(주식)에 밀려 쪼그라들면서 설정액이 50억원도 안 되는 사실상 ‘깡통’ 상태의 소규모펀드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설립·설정된 지 1년 뒤에도 설정액이 50억원 미만 상태라고 1분기 중(1~3월) 공시한 소규모펀드 운용펀드(모펀드)는 모두 12개였다. 지난해 1분기에는 단 2개였다.

또 설정 1년 이후에도 1개월 내내 50억원 미만 상태를 계속했다고 공시한 운용펀드는 38개로, 전년동기(16개) 대비 배로 증가했다. 이들 소규모펀드 공시 대상 운용펀드에 속한 하위펀드(클래스 펀드)는 78개에서 205개로 크게 늘어났다.

소규모펀드는 설정 후 1년이 경과했으나 원본액이 50억원 미만인 펀드다. 수익자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면 자산운용사가 자율적으로 해지할 수 있으며, 투자자 보호 및 정보 제공 차원에서 소규모펀드를 공시하고 있다.

최근 소규모펀드가 급증하는 원인 중 하나는 공모펀드 시장 위축이다.

이 과정에서 출시 직후 투자자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고 퇴출 위기에 처한 소규모펀드가 급증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공모시장이 외면받으면서 관심도 못받은 채 뒤로 밀려난 펀드들이 늘어난 것”이라며 “설정액이 지나치게 적으면 포트폴리오 내 자산 비중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아 운용사 입장에서는 관리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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