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부동산펀드'마저 휘청...투자업계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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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부동산펀드'마저 휘청...투자업계 당혹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4.0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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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설정액 55개월만에 감소...해외펀드 8558억 빠져
전문가 "코로나19 확산에 부동산 가치평가 어려워져"
대체투자처로 각광받던 부동산펀드도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은 금융투자업체가 밀집한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체투자처로 각광받던 부동산펀드도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은 금융투자업체가 밀집한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투자심리 급랭 속 펀드시장 위축이 심화되는 가운데 급기야 잘 나가던 부동산펀드도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이미 해외 자산운용사들은 부동산펀드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으로 부동산 가치 평가가 어려워졌음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부동산 펀드 설정액이 4년여만에 감소세로 돌아서기 시작했고, 해외 부동산 투자가 연기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30일 기준 101조7792억원으로 집계됐다. 2월 말에 비해 2391억원 줄었다. 월 기준으로 부동산펀드 설정액 규모가 줄어든 건 2015년 8월 이후 4년7개월 만이다. 

해외부동산펀드의 부진이 설정액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달 해외부동산펀드에서만 8558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코로나19로 신규 부동산펀드 출시를 위한 현지 실사와 투자자 유치 등이 차질을 빚으면서 3월 해외부동산펀드 신규 설정액은 2월 대비 76% 급감한 2057억원에 머물렀다.

실제 미래에셋이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미국 호텔 15개를 7조원에 인수하는 거래는 코로나19 탓에 하반기 이후로 연기되기도 했고, 시장에선 해외 거래가 사실상 ‘올스톱’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부 공모펀드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부동산 투자상품 수익률도 악화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와 해외 부동산펀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각각 -0.62%와 -2.20%를 기록했다.

국내 부동산펀드는 2015년 이후 줄곧 성장가도를 달렸다. 저금리 시대의 대표 투자상품으로도 꼽혔다. 2014년 29조원이었던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2017년 50조원, 2018년 70조원을 넘어섰고, 올 1월엔 100조원을 돌파했다. 설정액은 2015년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한 번도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잘나가던 부동산펀드마저 성장세에 제동을 걸었다. 공포심 확산은 해외 부동산 등을 대상으로 하는 신규 펀드 출시를 막았고,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자 부동산펀드의 주고객인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도 투자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 등 글로벌 대체투자는 지난 수년간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글로벌 실물경기 하강이 불가피해졌다는 점도 부동산펀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의 이유가 되고 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상가와 호텔·레저 부동산 등이 코로나 사태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지난해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처럼 개인들이 투자한 관련 상품에서도 손실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엔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1000억원 규모 미국 부동산대출펀드 환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홍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위험 중수익 투자자산인 부동산펀든는 일반적으로 경기사이클 초·중·후반기까지 견고한 성과를 내지만, 경기 악화에 따른 임대 수익 훼손 우려가 커지는 경기 침체기에는 주가지수와 함께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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