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후방산업 부진 심각…“최악 땐 4~5월 감산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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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후방산업 부진 심각…“최악 땐 4~5월 감산 시나리오”
  • 문수호 기자
  • 승인 2020.04.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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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산업 부진이 가장 큰 타격…평소 버퍼링 역할 자동차도 심각
가전 부문은 그나마 양호, 국가별 온도차 커…물류·가동 제한이 문제
수출 문제 장기화 시 4~5월 감산 불가피…시나리오 짜놓고 대비
출하 대기 중인 포스코의 열연코일. 사진=포스코 제공
출하 대기 중인 포스코의 열연코일. 사진=포스코 제공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철강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후방산업 침체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가격인상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데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요부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침체 양상이 점점 확연해지면서 후방산업 영향을 크게 받는 철강업계가 제품 판매에 난항을 겪고 있다. 철강업계는 북미 지역을 비롯한 유럽, 동남아에 위치한 글로벌 자동차·가전사들의 공장이 셧다운 되면서 수출이 지연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동 제한 명령을 내려 물류 차단까지 이뤄져 통관 문제가 발생해 부두창고에 제품이 쌓여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수출 계약이 취소되지 않아도 수요가가 제품을 아예 받을 수 없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적 지연 요청을 하는 해외 수요가도 늘고 있다. 철강업계는 고육지책으로 내수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수요별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은 국내도 비슷하다.

가장 큰 문제는 건설 산업의 부진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9.4p 떨어진 59.5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60 밑으로 떨어진 것은 85개월 만으로, 공사 발주 물량이 증가하는 3~5월에 지소가 급락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특히 수치가 급락한 것은 2008년 3월 이후 12년 만이다.

신규 공사수주가 전월대비 12.1p 하락한 61.6를 기록해 예정된 공사 발주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기존 건설공사와 수주잔고, 자금조달, 공사대수금 지수 등 모든 지표가 하락했다.

철강업계의 판매 비중에서 건설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부분 기업이 50%를 넘을 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다. 경기 변동에 가장 민감한 수요가 건설 부문이어서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기 변동에서 가격이나 수요가 꾸준히 유지돼 철강업계 내에서 수요 버퍼링 역할을 하는 자동차와 가전 부문도 타격이 적지 않다. 자동차 산업은 해외 판매와 수출 부문에서 타격이 크다. 포스코는 연간 1000만에 가까운 자동차강판을 판매하는데 이 중 현대·기아차 비중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가전 산업은 그나마 낫다는 평가지만 미국의 테네시 가전 공장 셧다운과 베트남, 인도 등 물류 이동 제한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은 비슷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멕시코에서는 의료 산업과 같이 생활에 밀접한 필수품이라는 이유로 정부에 공장가동 재개를 설득하고 있다.

다만 생활에 밀접한 가전제품들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물류 이동 제한이나 공장가동 일시 중단 등의 조치만 사라져도 어느 정도 수요가 유지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잠시 소비 위축 현상에 판매가 줄어들 수 있지만, 연간 판매량은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철강업계는 3월 수요가와 가격인상 협상을 중단하고 판매를 할 수 있는 곳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미 3월부터 봉형강 제품 감산에 들어갔고, 동부제철과 동국제강도 각각 4~5월부터 감산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요별 온도차가 있지만 전 산업별로 일시적인 판매 위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4~5월 감산 시나리오를 이미 짜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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