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생존 위기에…아시아나항공 인수전 ‘난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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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생존 위기에…아시아나항공 인수전 ‘난기류’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04.02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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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직격탄에 운항률 7.6%로 곤두박질…강도 높은 자구책에도 역부족
‘통매각’ 자회사 LCC는 생존기로… 7일 유상증자 일정도 사실상 무기한 연기
인수 무산설도 거론…인수자금 지원 등 인수계약 조건 변경 요청 가능성 높아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국내 항공업계 첫 인수‧합병(M&A) 사례인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또 다시 난기류에 휩싸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오는 7일로 예정됐던 약 1조4700억원의 유상증자 대금 납부일을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합의하는 날’로 정정 공시했다.

이는 특정 날짜를 확정하지 않고 연기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증자를 통한 신주의 상장 예정일도 4월 24일에서 ‘주금 납입일 이후 15일 이내’로 변경했다.

유상증자가 연기된 것은 중국 등 해외에서의 기업결합심사가 늦어지고 있어서다. 항공사가 M&A를 진행하려면 자국은 물론, 취항한 국가에서도 기업결합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HDC현산은 4월 말까지 모든 인수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결함심사가 아니더라도 인수전은 순탄치 않다. 아시아나항공의 작년 영업 손실은 4437억원, 당기순손실은 8179억원에 달했다. 부채 비율은 2018년 649%에서 지난해 1387%로 2배 넘게 급증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생존 위기에 내몰리면서 경영난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 운항률은 7.6%까지 떨어졌고, 주가는 HDC현산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작년 11월 6580원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회사는 이달부터 인력 절반을 줄이고, 전 직원의 무급휴직과 임원 급여 반납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내놨지만, 매달 나가는 항공기 리스료 등 고정 비용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 항공사들은 대부분 항공기를 리스로 이용하기 때문에 항공기를 띄우지 않더라도 매달 수백억원의 고정비용이 나간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지원을 통해 부채비율이 300% 아래로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며 “그러나 2조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HDC현산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해 본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은 단기에 이루기 어려운 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환경은 더욱 불확실해졌다”고 분석했다.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통매각’ 되는 자회사 저비용항공사(LCC)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에어부산은 부채 비율이 2018년 98.7%에서 지난해 811.8%로 급격하게 늘었다. 비상장사인 에어서울은 지난해 91억원의 당기손실을 기록하며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현재 양사의 국제선 운항은 모두 일시 중단된 상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지 않는 게 낫다는 평까지 나온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경우 인수액의 10%인 계약금 2500억원을 포기해야 한다.

다만 HDC현산의 인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업계에서는 인수 불발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의 위기감이 커지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산이 인수를 철회하기 보다는 아시아나항공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에 인수계약 조건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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