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따뜻하고 잔잔한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 '혼자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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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따뜻하고 잔잔한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 '혼자라는 건'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0.04.02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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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스무 살 가을, 나는 혼자가 되었다. 이름은 '가시와기 세이스케' 스무 살, 남자, 여자 친구 없음, 고향은 돗토리, 도쿄에서 대학을 다녔음. 지금은 세상에 혼자 남은 외톨이. 지갑에 있는 돈은 55엔이 전부.

대학 식당에서 힘들게 일하시던 어머니가 도쿄로 대학을 보내 주셨고, 어느 날 홀로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고등학교 때 돌아가신데다 가까운 친척도 없다. 남은 것은 약간의 유산과 검은 베이스 기타 한 대뿐. 학자금 대출을 감당할 수 없어 대학은 중퇴했다.

혼자가 된 도쿄에서 아무런 생각조차 못 하고 그저 다리만 움직였다. 문득 느낀 허기, 문득 다가오는 튀김 냄새. 저도 모르게 발길이 움직인다. 배가 고팠다. 제대로 된 음식이 그리웠다. 그리고 어쩌면⋯ 사람이, 사람과 사이에 쌓이는 인연이 그리웠던 건 아니었는지.

 그렇게, 쉽게, 운명은 다가왔다

요즘, 계속 이렇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늘 멍하니 있는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밖에 나가면, 그저 터벅터벅 걷는다. 느릿한, 힘없는 걸음이 호흡으로 스미어 온다. 허기진 배가 이끌고 간 반찬가게 앞에서, 지갑을 열어 본다. 55엔.

살 수 있는 거라고는 50엔짜리 크로켓뿐. 그러나 세이스케는 자신보다 늦게 걸음 한 할머니에게 마지막 하나 남은 크로켓을 양보한다. 그 작은 행동이 운명을 바꾸는 열쇠가 되어 줄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채⋯.

 작가의 깊은 필력이 독자들의 마음을 잔잔하게 두드린다. 무시무시한 사건이 터지지도 않는다. 숨겨진 비밀도, 쫓고 쫓기는 긴박감도 없다. 그저 주인공의 1년이 계절별로 조용히 흐를 뿐이다. 그럼에도, 마음이 움직인다.

먹는다는 것은 살기 위한 가장 원초적 행위. 이 가장 원초적이고 동물적인 행위에서 한발 물러서 자신의 허기를 참아 낸 주인공. 그리고 고작 50엔짜리 크로켓 하나에서 시작된 새로운 인연. 책장을 넘길 때마다 주인공에게 조용히 이입된다.

 지은이 '오노데라 후미노리'는 지바현에서 태어났다. 2006년 <뒤로 뛰어 골인!>으로 올요미모노 신인상을 수상했다. 2008년에는 <ROCKER>로 포프라사 소설대상 우수상을, 2019년에는 이책<혼자라는 건>으로 일본서점대상 2위를 수상했다.

 옮긴이 김난주는 경희대학교 국어국문과와 대학원을 거쳐, 1987년 일본 쇼와여자대학교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오오쓰마여자대학교와 도쿄대학교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했다. 현재 대표적인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일본 문학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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