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인력 구조조정 가속화…시장 재편도 ‘불가피’
상태바
항공업계, 인력 구조조정 가속화…시장 재편도 ‘불가피’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04.01 1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스타항공, 수습 부기장 80명 계약 해지…전 직원 구조조정 가능성도
대한항공, 외국인 조종사 전원 무급휴가…직원 급여 삭감‧순환 휴직 검토
비용절감‧정부 지원으로는 한계…기초체력 부족한 곳부터 재편 본격화 전망
서울 김포국제공항에 국내 항공사 비행기들이 주기장에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항공사 비행기들이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국내 항공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기 대부분이 운항을 중단하자 인력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항공사별 비용절감과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물론, 시장 재편이 조만간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셧다운’에 돌입한 이스타항공은 최근 1~2년차 수습 부기장 80여명에게 이날부터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을 이메일로 통보했다.

통상 수습 부기장은 큰 결격 사유가 없는 이상, 수습 기간 비행 훈련을 마치면 정규직으로 전환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영 사정 악화로 부득이하게 계약이 해지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이 이달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24일부터 모든 국내·국제선 운항을 완전히 중단했다. 이미 유동성 부족으로 임직원의 2월 급여를 40%만 지급한데 이어 3월에는 아예 급여 지급을 미뤘다.

나머지 5개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최소 절반에서 많게는 거의 모든 직원이 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사실상 대규모 인력 감축을 막기 위해 시간을 벌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항공업계 특성상 수습을 거쳐 기장과 객실 승무원을 뽑다보니 인턴 직원들이 가장 먼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회사 안팎에서 인턴들의 정규직 전환을 보류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면서 “당장 비용을 줄이기 위해 유‧무급휴직을 시행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보다 경영난이 더욱 가중되면 결국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인력 구조조정 수순에 돌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대형항공사(FSC)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한항공은 오는 5월 정규직 전환을 앞둔 인턴 승무원들까지 무급휴직 대상에 포함시켰다. 지난달 근무 2년 이상 객실승무원에 한해서만 무급휴직을 신청 받았는데, 전체 승무원으로 범위를 넓힌 것이다.

대한항공은 387명(기장 351명·부기장 36명)의 외국인 조종사 전원에 대해서도 무급휴가 조치를 내렸다. 해당 조종사들은 이날부터 6월 30일까지 총 3개월간 의무적으로 무급휴가를 갖는다. 대한항공이 특정 업종 근로자 전원을 강제로 쉬게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외에도 회사는 현재 항공 업황 부진에 따른 다양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논의 중이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급여 삭감과 순환 휴직 등에 대해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달 4월부터 전 임원의 급여를 최대 50% 반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이미 시행하고 있는 무급휴직을 늘려 이달부터 절반의 인력으로만 운영 중이다. 임원 급여도 60% 반납하는 등 생존을 위한 특단의 조치에 나선 상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항공사들의 비용절감과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결국 업계의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 등 신규 LCC의 시장 진입이 현실화되면 하반기 국내 항공사는 총 11곳이 된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감안해도 10곳에 달해 공급과잉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미 공급과잉으로 생존 경쟁을 벌여왔던 LCC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대대적인 시장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이라면서 “인수합병을 통한 재편 작업이 본격화되면 항공사들은 안정적인 재무구조 구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타격이 과거 9.11테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여객 수요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경우, 국내 항공 시장은 진정한 구조조정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경우, 영업현금흐름 창출력이 약한 기업이 가장 취약하며 기초체력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상당한 시간과 자원이 제대로 투입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그동안 쌓아온 신용과 자산으로 생존에 성공하는 항공사는 시장 재편의 수혜를 얻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