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온라인 개학…현장선 “현실적 불가능”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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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온라인 개학…현장선 “현실적 불가능” 호소
  • 이재빈 기자
  • 승인 2020.04.0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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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 수업 준비 두 달 걸리는데…8일 만에 준비하라는 '교육부'
“온라인 강의에 태블릿 PC는 있어야”…교육부 대여 장비 우려 여전
31일 오후 원격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쌍방향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교육부가 4번이나 개학을 연기한 끝에 온라인 개학이라는 사상 초유의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온라인 개학의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시한이 촉박한 것을 비롯해 장비 보급률, 학습효과 등에 대한 지적들이다. 제대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주먹구구식 온라인 개학을 발표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가 난달 31일 발표한 ‘전국 초·중·고 및 특수학교 온라인 개학 방안’에 대한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한눈에 봐도 급조한 대책이라는 점과 실현가능성, 학습효과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일선 교사들은 교육부 지침에 따라 오는 9일까지 온라인 강의를 준비해야 한다. 교사들이 준비해야할 사항은 원격교육 계획 수립, 소통체계 구축, 사전 안내, 자체 연수, 플랫폼 선정 및 테스트, 학생 상황 점검 등이다. 오는 9일 온라인 개학 전 8일 동안 최소 6개의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셈이다.

교육부는 이미 지난 3월부터 학습관리 시스템 플랫폼, e학습터 활용 지침 등을 통해 원격 수업을 예고해왔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단순히 학습보조 차원에서 진행되는 온라인 수업과 정식 수업으로 인정되는 온라인 수업은 그 무게감이 다르다.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한 학기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약 두 달의 방학기간 동안 준비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8일 안에 정식수업 수준의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온라인 개학 결정이 급조된 대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기보급이나 현재 각 학교의 상황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 방침을 공표하면서 함께 밝힌 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생의 67%를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온라인 수업용 장비가 없는 학생 수는 약 17만명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온라인 수업 특성 상 활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소형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는 학생들도 불편을 겪을 수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인터넷 강의를 들을 때 최소한 태블릿PC 정도는 구비해야 제대로 된 화면을 보면서 공부할 수 있다”며 “교육부가 대여를 하겠다고는 하지만 어떤 장비를 구비할 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각 학교의 준비 상태도 부족하다.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약 1만1000개 초·중·고교 중 교육부가 제시한 기일에 맞춰 실시간 온라인 수업 진행이 가능한 곳은 채 1%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교실이 4개 미만으로 설치된 학교도 전체 초·중·고교의 45%에 달한다. 최신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 간에 교육 격차가 발생할 수 밖는 상황인 셈이다. 자연스럽게 이미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진행 중인 일부 특목고와 일반고 간 격차가 벌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등 일부 학생들의 집중력 문제도 대두됐다.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씨(36)는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집중을 제대로 하는지 걱정 되는 마당에 과연 집에서 제대로 수업을 들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한 온라인 강의 업체 관계자는 “성인들도 사람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온라인 수업으로는 6시간 이상 집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어린 학생들이 온라인강의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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