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시아 ‘유가전쟁’, 누가 승리할까
상태바
사우디-러시아 ‘유가전쟁’, 누가 승리할까
  • 조성준 기자
  • 승인 2020.03.31 1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우디의 ‘코로나19’ 여파 추가 감산 제안 러시아 거부하면서 시작
배럴당 20달러대 지속되면 양국은 물론 미국 정유업계도 피해 막심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전쟁이 심화되면서 30일(현지 시각)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0.0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정유 기업 아람코의 석유시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전쟁이 심화되면서 30일(현지 시각)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0.0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정유 기업 아람코의 석유시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와의 국제 원유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유가전쟁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사우디가 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 증산을 시사하면서 국제유가가 18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갔다.

30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6.6%(1.42달러) 떨어진 20.09달러에 장을 마쳤다. 지난 2002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으로 장중 한 대 19.27달러까지 하락하며 20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오후 3시 현재 배럴당 9.19%(2.29달러) 폭락한 22.6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브렌트유 역시 18년만의 최저 수준이다.

이번 유가 폭락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수요 감소 현상 외에도 사우디가 5월부터 하루 원유 수출량을 사상 최대 규모인 1060만 배럴로 올리겠다고 시사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됐다. 사우디가 원유 증산을 지속하는 이유는 러시아와의 국제 원유시장 주도권 싸움 때문이다.

각각 국제 원유 생산량 세계 2위·3위인 사우디와 러시아는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 여파로 지난 2016년 초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 초반으로 떨어지자 ‘OPEC플러스(OPEC+)’를 결성하고 감산을 통한 유가 회복을 꾀했다.

OPEC플러스는 감산 합의를 지난 3년간 유지하면서 원유 수출량을 하루 700만 배럴 초반 대까지 낮춰 왔지만 3월 31일로 감산 기한이 끝나면서 4월부터 1000만 배럴로 수출량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최근 사우디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감소를 예상해 추가 감산 제안했지만 이를 러시아가 거부하면서 유가전쟁이 시작됐다.

사우디는 러시아의 감산 거부에 반대하며 원유 공급량을 하루 970만배럴에서 4월 이후 1230만배럴로 늘리고 앞으로 1300만배럴까지 더 늘리겠다고 했다.

러시아 측도 재무장관이 “러시아 재정은 유가가 25달러가 돼도 10년은 버틸 수 있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유가전쟁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자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 문제도 걸려있지만 세계 1위 산유국으로 부상한 미국을 공동 견제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양국의 유가전쟁이 저유가 기조를 만들어 결국 미국의 정유 및 셰일오일 산업과 금융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내 셰일오일 생산 단가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선은 넘어야 한다.

미국은 양국의 유가 전쟁 개입을 시사했지만 사우디와 러시아의 경색된 관계는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정유산업과의 주도권 싸움도 내포하고 있어 사우디, 러시아로서는 여력이 있는 한 먼저 백기를 드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만큼 미국의 정유·셰일업계 피해도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