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무제한 지원”…정부 미봉책에 속타는 韓 항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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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무제한 지원”…정부 미봉책에 속타는 韓 항공업계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03.3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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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규모 지원 결정…EU 등도 자국 항공사 살리기에 총력
韓, 대출 지원·정류료 면제 등 내놨지만 단기 미봉책에 그쳐
항공사 “과감한 지원책 시급…채권 지급 보증도 이뤄져야”
27일 인천국제공항에 국내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3월 27일 인천국제공항에 국내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사들이 고사 위기에 처하자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는 강도 높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항공업이 국가 기간산업에 해당하는 만큼 자국 항공사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반면 국내 항공업계는 정부의 지원이 단기 미봉책에 불과해 보다 전향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31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항공산업 피해 규모는 2520억 달러(약 308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IATA는 270만명에 달하는 항공업계 종사자 중 이미 수만 명이 일시 해고 상태에 있고, 정부 지원 없이는 전 세계 항공사의 절반가량이 수주 내 파산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자국의 항공산업 붕괴를 막기 위해 과감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여객 항공사에 보조금 250억달러(30조7000억원)를, 화물 항공사에 40억달러(4조9000억원)를 각각 지급하고, 항공산업 협력업체에도 30억달러(3조7000억원)를 지급한다. 내년 1월 1일까지 항공운송과 항공연료에 부과되는 세금도 전액 면제다. 법안 발효 후 5일 이내에 절차를 공지하고 10일 내에 초도 지급을 완료하는 등 신속히 추진할 방침이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주요 아시아 국가에서도 항공사의 세금 완화, 재정·금융지원 등이 발표되고 있다. 독일은 자국 항공사를 대상으로 무한대 금융 지원과 무이자 대출기한 연장, 세금 유예, 공항이용료 면제 등 혜택을 지원한다. 프랑스도 자국 항공사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을 결정했다.

싱가포르의 국적 항공사 싱가포르항공은 최대 주주인 국부펀드 ‘테마섹’으로부터 105억달러 규모의 주식과 전환사채 발행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DBS그룹은 28억달러의 대출을 지원했다. 대만의 경우, 항공사들에게 10억달러(1조1000억원) 규모의 정부 대출을 실행한다.

국내 정부도 항공사들에게 지원책을 내놓은 상태다. 국책은행을 통해 저비용항공사(LCC)에 최대 3000억원의 대출을 진행하고, 오는 6월까지 항공기 정류료 면제 및 안전시설 사용료를 3개월 납부 연기해주겠다는 내용 등이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은 것에 비해 국내 정부의 대책은 단기적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항공협회는 코로나19 쇼크로 국내 항공사들의 상반기 매출 손실만 6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지원책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엔 턱 없이 부족한 셈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모든 항공사들이 비상경영에 돌입해 급여 반납과 유·무급휴직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상황이 워낙 심각하다보니 정부의 지원을 받아도 코로나19 쇼크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고 토로했다.

현재 항공사들은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수장인 조원태 회장이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는 단일 기업 노력으로는 극복이 어려워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언급할 정도다.

증권가에서는 항공사들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타격이 80% 수준이라 가정하더라도 높은 고정비로 인한 월 현금 부족액이 항공사마다 100억~2000억원에 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항공사들이 보유 현금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내다봤다.

국내 항공사들은 조만간 국토교통부에 호소문 형식의 건의문을 전달할 예정이다. 건의문의 주된 내용은 항공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의 필요성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 자체 신용만으로 채권 발행을 통한 경영 자금 조달이 불가능한 상태라 항공사 채권 발행 시 정부의 지급 보증이 반드시 이뤄져야한다”면서 “항공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미국처럼 과감하고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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