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 달? 금융시장 '코로나 악몽'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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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잔인한 달? 금융시장 '코로나 악몽' 언제까지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3.29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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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10만명 돌파한 美..."4월이 정점"
'2700조' 슈퍼부양책도 공포심 못 막아
바닥난 대응카드가 시장불안감 더 높여
코로나19가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로 확산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공포심도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에 마스크를 착용한 트레이더 모습.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가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로 확산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공포심도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에 마스크를 착용한 트레이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전세계 대규모 부양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무섭게 퍼지고 있다. 이미 '악몽의 3월'을 보낸 글로벌 금융시장 앞에 '잔인한 4월'이 예고되는 이유다.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미국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훌쩍 넘어 중국과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감염국이 됐다.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 2조2000억달러(약 2700조원) 규모 '슈퍼 경기부양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과 함께 발동됐지만 걷잡을 수 없이 폭증하는 미국 내 확진자 수가 시장의 공포를 자극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진정이 증시 안정의 관건이 될 거라고 했다. 그런데 '진정' 기미는 안 보인다. 지금의 확산 속도라면 금융시장은 전례없던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27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는 반짝랠리를 끝내고 또 다시 주저앉았다. 다우지수는 4.06%,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 500 지수는 3.37%, 나스닥지수는 3.79%가 미끄러졌다. 코스피200 야간선물도 3.02%가 하락했다.

◆코로나 숙주된 美...전세계가 긴장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실업률이 치솟고 공장은 멈췄다.

28일 미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한국시간)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수는 59만8245명, 사망자수는 2만7762명이다. 이탈리아는 코로나19 확진자수가 8만6498명으로 발원국인 중국(8만1947명)을 뛰어넘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수는 10만4837명, 사망자는 1711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국에서 발생한 감염 사례의 3분의 1이상이 뉴욕에서 발생했다.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역대 최대로 치솟았다. 미국의 3월 셋째 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328만건으로 집계됐다. 기존 최대치는 1982년 10월 당시 69만5000건이었다.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소비도 침체됐다. 미국 미시건대에 따르면 이달 미국의 소비자심리지수는 89로, 2016년 10월 이후 3년여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월의 101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당초 시장이 예상한 90에도 소폭 못 미쳤다.

코로나19 사태로 '셧다운'(봉쇄)된 미국에서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도 실제 경제지표로 확인됐다.

이날 미국 미시건대에 따르면 이달 미국의 소비자심리지수는 89로, 2016년 10월 이후 3년여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월의 101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당초 시장이 예상한 90에도 소폭 못 미쳤다.

조사팀의 리차드 커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소비자심리지수 하락폭은 과거 50년 가운데 4번째로 큰 규모"라며 "4월에 추가로 악화될지 여부는 코로나19 확산세와 연방정부의 개인 현금지급 시점 등에 달렸다"고 말했다.

◆2700조 슈퍼부양책도 소용없나?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을 통해 슈퍼 경기부양책을 발효시켰지만 이미 예정됐던 호재인 만큼 향후 증시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거라는 점이다.

미국은 4월에 사상 최대 규모인 2조2000억달러의 자금을 본격 투입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양책(8300억달러)의 2배가 넘고, 미 연방정부 1년 예산(4조달러)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급증에 유례없는 실업률 상승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며 "대국민 현금 지급을 통해 실업 증가의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겠지만,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주요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 의지에도 불구하고 투기등급 채권 스프레드를 비롯한 기업 신용 지표는 여전히 불안한 수준"이라며 " 연방준비제도(Fed)의 CP(기업어음) 매입 등이 4월 이후부터 진행되기 때문에 시차 문제는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고 판단했다.

김경훈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전염병은 돈이 아닌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지난주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미국 완치자 데이터를 감안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본 결과 미국 내 코로나 확산 정점은 기존보다 1일 빨라진 4월 4일로 계산된다"고 했다. 그는 "이날까지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은 지속 확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도 냉온탕 오갈 듯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 등에서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변동성이 컸던 국내 증시도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이후 글로벌 경제활동 셧다운 전환과 기업 및 가계 자금난 심화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경우 3월 주요국 경기지표의 전방위적 후퇴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는 미국이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는 만큼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각국 정부가 사실상 모든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면서 더 이상의 대응책이 없다는 점도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급락 이후 반등을 시현하고 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유동성 경색 완화 조치, 미 의회의 재정 정책 가결 등이 공포 심리 완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발표하고 주요 20개국(G20) 정상이 공동 대응에 합의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며 "주요국의 경제지표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증시는 다시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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