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경색에 제2금융권 유동성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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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시장 경색에 제2금융권 유동성 '빨간불'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3.2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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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털社 사실상 신규영업 중단...카드사도 대규모 회사채 발행 잇따라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며 카드사와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채 발행 길이 꽉 막혔기 때문이다. 여전업계는 주요 자금조달 수단이 여전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이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수요가 없으면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저신용자를 주 고객층으로 하는 캐피털사는 경기 침체 등으로 대출자산 부실이 생길 수 있고 이는 곧 회사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역시 투자자들이 여전채를 여전채를 꺼리는 이유다.

이에 여전채 신용 스프레드(금리 차이)는 꾸준히 커지는 중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등급 금융채 3년물 신용 스프레드’는 이달 초 34.9bp(1bp=0.01%포인트)에서 지난 20일 48.7bp까지 늘었다. 여전채를 발행할 때 회사가 지불할 이자비용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특히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손실 공포감이 여전업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LS는 각국 대표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해 기초자산이 35~60% 하락하지 않으면 약정 이율을 제공하는 파생상품이다.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ELS에 통상 여전채가 포함되는데 최근 주가 폭락으로 ELS 발행이 위축되면서 여전채 수요까지 덩달아 감소하는 추세다.

자금조달이 막히면서 상당수 캐피털사는 위기에 봉착했다. 일부 캐피털사는 앞으로 상환되는 금액 내에서만 신규 대출을 하기로 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도 회사채의 시장 경색을 우려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캐피털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은 높지만 카드사들은 자금이 바닥나기 전에 대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올해 1~3월 기타 금융채 발행액은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당장 지난주만 해도 평소보다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현대카드 1700억, 우리카드 1400억, 신한카드 1000억, 삼성카드가 2000억원 가량의 사채를 발행했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카드·캐피털사의 자금 문제로 인해 신용등급 4~10등급인 중·저신용자들이 제2금융권에서도 외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의 대출길이 막히는 셈이다.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채권시장안정펀드(회사채 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2금융권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유동성 부족을 겪던 캐피털사들은 금융당국의 지원을 받은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에 정부 주도로 조성되는 채권시장안정펀드에서 여전채 등을 인수해주는 방식으로 카드·캐피털사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자금난을 겪는 기업 채권을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캐피털사들은 유동성 위기로 금융당국에서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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