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건전성 관리 비상…눈덩이 부실여신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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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건전성 관리 비상…눈덩이 부실여신 불가피
  • 박수진 기자
  • 승인 2020.03.2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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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될 경우 금융지원 유동성 위기 우려
당국, 건전성 제고 위해 한시적 규제 유연 운용 검토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각 사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은행권이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지원에 동참하느라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다. 금융지원뿐 아니라 채권ㆍ증시안정펀드에 조 단위로 출자해야 하고, 가파르게 불어나는 부실여신에 자본적정성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은행마다 수조원씩 부담에 건전성 훼손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불안해진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조성하기로 한 펀드의 상당부분은 은행에서 출자될 걸로 보인다.

현재 금융권의 출자를 기반으로 조성되는 채권·증권시장안정펀드는 각각 20조원(10조원+10조원), 10조7000억원 규모로 조성된다.

우선 채권시장안정펀드(10조원+10조원)의 경우 앞의 10조원은 기존 조성된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말한다. 추가로 조성할 10조원의 출자비율은 달라진 각 금융회사의 자산규모가 반영돼 조정된다. 

증권시장안정펀드의 경우 10조7000억원 규모와 관련해 신한·KB금융·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가 각 1조원씩 부담하고, 나머지는 각 업권의 선도 금융회사 18개사와 증권 유관기관이 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문제는 5대 금융지주가 채권시장안정펀드 자금 조성에 이어 증권시장안정펀드를 위해 당장 1조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그룹이라고 하지만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금융그룹이 자금을 낼 여력이 있는 자회사가 은행밖에 없어서다. 

특히 채권과 달리 주식은 상대적으로 더 위험도가 높은 자산이어서 은행은 주식 투자에 따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하락이 우려된다. 주식은 자산 건전성을 평가할 때 위험가중치가 300%로 계산된다. 즉 주식에 1조원 투자하면 위험가중자산이 3조원 늘어난 것으로 간주돼 BIS 비율이 크게 떨어진다. 금융당국도 이런 점을 고려해 증권시장안정펀드에 출자한 금액에 대해서는 위험가중치 비율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채권시장안정펀드도 간단치 않다. 위험가중치가 낮을 뿐 BIS 비율 하락 문제가 증권시장안정펀드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에 대한 금융지원 부담도 있다. 시중은행들은 금융위 등과의 실무 협의를 통해 당장 다음달 초부터 3조5000억원 규모의 이차보전 대출을 초저금리(1.5%)로 소상공인 등에게 제공해야 한다. 

예정된 지원 외에도 은행들은 이미 상당한 규모의 금융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시중은행은 지난 한 달여 동안 2조원에 달하는 금융지원을 실시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금융지원이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이 영업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대출에 부실이 생길 경우 은행의 수익성은 물론 건전성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금융당국 금융사에 유동성 무제한 공급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지원을 위해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4월부터 6월까지 일정 금리수준 아래서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없이 공급하는 주 단위 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제도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6월 말까지 매주 화요일 정례적으로 91일 만기의 RP를 일정금리 수준에서 매입한다. 한도 제약 없이 모집 전액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첫 입찰은 내달 2일이다. 입찰금리는 기준금리(연 0.75%)에 0.1%포인트를 가산한 0.85%를 상한선으로 입찰 때마다 공고하기로 했다.

RP란 금융기관이 일정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 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이다. 한은이 공개시장운영으로 RP를 매입하면 시장에 유동성(통화)이 풀리는 효과가 난다. 앞서 한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 RP 매입을 통해 채권시장안정펀드에 출자한 금융기관에 2조1000억원을 공급한 바 있다.

7월 이후에도 시장 상황과 입찰 결과 등을 고려해 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또 유동성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RP 입찰 참여 금융기관과 대상 증권도 확대했다.

외화 유동성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외환 분야 거시건전성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국내은행에 적용되는 외화 LCR 규제를 오는 5월 말까지 2개월간 한시적으로 70%로 적용한다.

외화 LCR은 향후 30일간 순(純)외화유출 대비 고(高)유동성 외화자산의 비율로, 금융회사의 외환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난주 발표한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이 조속히 시장에 공급되도록 하고, 외환 스와프시장의 수급 불균형 완화를 위해 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금융사의 해외차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향후 3개월간 외환 건전성 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고 올해 징수 예정인 부담금에 대해서도 분할 납부를 확대해 사실상 납부를 유예토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환시장 변동성과 외화 유동성 상황 등을 감안해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과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기업과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는 방안도 신속하고도 충분한 수준으로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고채와 주식시장의 수요 기반도 강화한다. 김 차관은 “규제 당국도 평상시 건전성 제고를 위해 다소 엄격하게 규율해온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연하게 운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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