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정유·중공업‧자동차까지…全 업종 구조조정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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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정유·중공업‧자동차까지…全 업종 구조조정 ‘칼바람’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03.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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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9곳, 유‧무급 휴직 및 임원 급여 반납…에쓰오일, 희망퇴직 추진
두산重은 명예퇴직에 이어 휴업도 검토…르노‧한국 닛산도 희망퇴직 시행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위기 타개할 특단의 비상경제조치 필요”
24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국내 산업계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시작된 글로벌 경기 침체가 회복되기도 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유가 급락이라는 악재가 겹친 탓이다. 벼랑 끝에 내몰린 기업들은 업종을 막론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했지만, 재계에서는 산업계를 살리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국내 항공사 9곳은 희망퇴직 또는 유‧무급 휴직을 시행 중이다. 항공사들은 현재 전체 노선의 80% 이상이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이미 지난해 12월 한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했던 대한항공은 현재 객실승무원 대상 무급 희망휴직과 외국인 조종사 대상 무급휴가를 진행 중이다. 다음달부터는 모든 임원이 급여 일부를 반납한다. 부사장급 이상은 월 급여의 50%, 전무급은 40%, 상무급은 30%를 경영 상태가 정상화할 때까지 반납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음달부터 무급휴직 확대에 나선다. 이달 모든 직원이 열흘간 무급휴직을 하게 했던 것에서 더 나아가 최소 15일 이상 무급휴직을 실시하도록 했다. 전 직원 급여를 50% 이상 일괄 삭감하는 셈이다. 임원들은 급여를 60% 반납하기로 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5년 이상 근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날부터 전 노선이 셧다운에 돌입한 이스타항공은 2월 급여를 40%만 지급한데 이어 이달 급여 지급을 아예 미루기로 했다. 4월부터는 회사 운영에 필수적인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 전원 휴직에 들어간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등 나머지 LCC들 역시 무급 또는 유급휴직을 시행 중이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경우, 대표 이사를 포함한 모든 임원이 일괄적으로 급여를 반납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시행 중이며, 제주항공 경영진 역시 임금 30%를 반납을 결정했다.

정유업계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정유사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제품 수요가 줄며 원유가격과 제품가격이 동시에 추락해 정제마진이 대폭 감소하고 재고 관련 손실까지 누적되면서 시름이 깊은 상황이다.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에쓰오일은 1976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준비 중이다. 에쓰오일은 희망퇴직 대상자를 51세 이상부터로 정하고, 만 50~54세는 60개월 기본급, 55~56세 50개월, 57세 40개월, 58세 20개월의 기본급 지급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도 최근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강달호 사장을 비롯한 전 임원의 급여를 20% 반납하고, 경비예산 최대 70%를 삭감하는 등 불필요한 비용을 전면 축소키로 했다.

구조조정은 항공·정유업계만의 일이 아니다. 국내 1위, 세계 2위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인 OCI도 최근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OCI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희망퇴직 규모는 신청 접수 이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 역시 지난 2월 명예퇴직 실시한데 이어 최근 일시 휴업을 추진 중이다. 회사는 대상자들을 선별해 평균임금 70%를 지급하고 일정 기간 쉬게 할 방침이다. 두산중공업 측은 “최근 3년간 지속된 수주물량 감소로 영업활동만으로는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철강‧조선업계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철강사인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실시해 100여명을 감축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월 2016년 이후 4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삼성중공업은 전 직원대상으로 상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지난달부터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닛산이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국내 2위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 역시 생산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 절차를 밟고 있다.

재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한계상황으로 내몰리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전날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15대 분야 과제 54건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경제분야에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실물과 금융의 복합위기, 퍼펙트 스톰의 한가운데에 우리 경제가 놓여 있다”면서 “지금은 비상한 위기상황을 타개할 특단의 비상경제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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