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 이후 한국 경제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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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로나 이후 한국 경제를 위해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3.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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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폭풍은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몇 주 또는 몇 달 내에 이뤄질 정부의 선택은 다가올 몇십 년 동안의 우리 삶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혼돈의 시기에는 평상시 수년이 걸릴 의사결정이 단 몇 시간 만에도 진행될 수 있어서다.

현재 우리는 중요한 2가지 선택에 직면해 있다. 첫째는 한국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이자 시한폭탄의 뇌관인 가계 부채의 축소, 둘째는 부동산 가격 급락에 따른 금융권 전체의 연쇄 부실 문제 해결이다.

시장주의자들은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얻었다. 아무 눈치 볼 필요 없이 정부의 부동산규제 정책에 반기를 들 수 있게 됐다. 과거와 달리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화해 있어 위기감이 그 어는 때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설득력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심각한 기저질환은 부동산에서 비롯됐다. 시장주의자들의 시각이 매우 위험한 이유다. 중대한 현실 진단 오류다. 우리 경제는 1990년대 초반 외환위기를 맞이했던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와 상황이 비슷하다.

이들 북유럽 3국에선 금리자유화와 대출 한도 폐지 등의 정책으로 1988년부터 1993년까지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기업에 대한 대출은 감소했다. 유동성 확대는 부동산 가격을 4배 가까이 올려놨다. 특히 스웨덴은 약 9배 폭등했다. 

1990년 전후로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하면서 부동산 거품은 급격하게 꺼졌다. 부동산 폭락으로 금융기관 부실이 현실화되자 부실채권이 증가했다.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외국자본이 이들 국가에서 급속히 빠져나갔고 금융위기는 더욱 가속됐다.

우리가 앞으로 겪을 수 있는 일들이다. 지금이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중요한 분수령이다. 물론 이번에 위기가 찾아오지 않을 수 있으며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데 앞장서는 일부 정치인과 언론 탓에 성취를 이루는 게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다가올 위험에 대비하는 것을 멈출 순 없다.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했을 때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들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의 태도는 언제나 ‘If’(만약)가 아닌 ‘When’(언제)이었기 때문이다.

유행성 질병과 세계적 대유행에 대해 그들은 현실과 거리가 있는 공상적 가정을 하는 게 아니라 잠재적 위험성을 인지하고 지속해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전염병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경제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도 그들과 같은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언제 최악의 위기가 닥칠지 모르지만, 최대한 충격을 완화할 방법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본 우리의 높은 시민의식이라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충분히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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