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부동산 시장…가격 붕괴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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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부동산 시장…가격 붕괴 심상찮다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3.2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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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주공1단지 전용 56·58㎡ 매맷값 약 10억 폭락
'호가'와 '실거래가' 모두 지난해 10월 수준 회귀
서울 강남구 아파트 일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 강남구 아파트 일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 공포로 주식시장이 또다시 폭락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23일 개장 직후 선물가격이 급락해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가까스로 반등한 지 불과 1거래일 만이다. 

환율도 다시 급등하고 있다. 경제 위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부동산시장에도 가격이 흔들리는 변동성 장세가 시작되는 형국이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앞으로 낙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코스피가 지난 18일 주가 반등을 지탱할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600선마저 무너지며 10년 전 지수로 돌아갔다. 원·달러 환율도 이날 오후 1시 20분 기준 1280.30원으로 오르며 10년 만에 원화가치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각국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발표 등에도 시장의 공포를 잠재우지 못하는 형국이다. 주말 사이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증산 경쟁에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를 위협하는 선으로 떨어진 탓이다.

이렇다 보니 박스권에서 움직이던 서울 부동산 가격도 최근 고가 아파트 중심으로 내림세를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17억5000만원에서 18억8333만원 사이로 움직이던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 호가는 1억원 이상 내린 급매물이 등장했다.

급매물들은 코스피가 가파른 내림세를 보이던 이달 초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저 호가는 16억5000만원이었다. 이 단지의 전용 99㎡ 호가도 21억3000만원에서 20억원이었으나 18억원 초중반 대로 주저앉았다.

강동구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가격은 올해 들어 지속해서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지난해 말 16억원에서 15억원이던 전용 97㎡ 호가는 이날 현재 기준 14억~15억원 초반 선으로 7000만원 넘게 떨어졌다. 

실거래가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 6일 16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같은 면적이 21억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5억원 하락했다.

투자 성격이 강한 재건축 단지의 하락 폭은 더 컸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전용 56.57㎡ 지난 4일 30억9500만원에 거래된 지 8일 후 21억5000만원으로, 전용 58.08㎡는 지난달 17일 31억5000만원에서 지난 2일 22억6000만원으로 각각 10억원 가까이 폭락했다.

호가와 실거래가 모두 지난해 9~10월 수준으로 복귀한 셈이다. 수억원이 단기간에 급락하다 보니 가족 간 증여 혹은 특수관계인 간 거래라는 의심을 받고 있지만 관계 당국의 조사와 증여일 산정 시기 등을 미뤄볼 때 사실상 실익이 없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일시적인 저가 양도는 아니라 본격적인 하락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강남권 재건축과 서울 도심권은 물론이고 수도권. 지방 순으로 하락세가 퍼져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비강남권과 수도권 경기 남부 지역에서도 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설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으로 3분기에도 이어진다면 집주인들이 경쟁적으로 호가를 낮추면서 낙폭이 점점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런 와중에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중국이나 재정 문제를 내재하고 있는 유럽에서 위기가 불거지면 대외발 위기가 경제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면서 “정부의 과감하고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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