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이후 임기 완주한 첫 사례… 외연 키운 성과 인정
[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황창규 KT 회장이 6년의 임기를 마치고 대표이사(CEO) 자리를 떠난다. 임기 6년 동안 5G(5세대 이동통신)와 인공지능(AI) 사업 기반을 닦은 황 회장은 KT가 ‘글로벌 1등’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황 회장은 23일 일부 임원들과 소규모 오찬 형식의 이임식을 가졌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위험을 인식해 작고 조용하게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이 자리에서 황 회장은 “KT의 미래, 먹거리, 그리고 KT 정신을 제대로 세운 CEO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또 “지난 6년 간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준 임직원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받았다”며 “지금까지 만들어 온 성과 그 이상을 뛰어넘어 135년 역사의 KT 그룹을 글로벌 1등으로 올려 달라”고 부탁했다.
황 회장은 2014년부터 KT CEO 회장직을 맡았다. 앞서 1990년대부터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며 이른바 ‘황의 법칙’을 만드는 등 역량 있는 인물로 평가 받았다. KT 민영화 이후 매번 임기를 채우지 못 한 전임자들과 달리 2017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 총 6년 임기를 온전히 마친 첫 KT CEO가 됐다.
KT에서 황 회장의 성과로는 ‘기가지니’를 필두로 한 AI와 기가인터넷 사업 안착, 평창 동계올림픽 시범 사업 등을 거친 5G 상용화 성공 등이 꼽힌다. 2017년에는 실적 개선의 공을 인정받고 연임에 성공했으며 미디어, 스마트에너지, 금융거래, 재난‧안전, 기업‧공공가치 향상 등 ‘5대 플랫폼’ 핵심 사업을 추진했다.
황 회장은 연임 당시 불거진 전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고, 지난해에는 아현동 국사 화재 사건으로 통신망 장애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또 취임 이후 총 8300여명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과 관련해 노조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연임 후에도 황 회장은 정치권과 노조 등으로부터 지속적인 퇴임 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비대한 KT 조직 효율성 개선에 꾸준히 힘썼고 사업 외연을 키우며 매출을 꾸준히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으며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KT는 오는 30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구현모 사장을 차기 CEO로 선임할 예정이다. KT에 33년 간 몸담은 구 사장은 황 회장의 뒤를 이어 KT의 남은 과제를 맡게 됐다. 대표적으로 경쟁사 대비 낮은 수익성, 통신에 국한되지 않는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사업 저변 확대 등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